"자신에게 '우승 안 해도 괜찮아' 얘기해주고 경기 임해"
"짧은 퍼팅, 당연한 거라고 생각안해…오늘 경기를 마친 이유"
'브리티시오픈 우승' 김인경 "선물받은 기분이다"
김인경(29)은 생애 첫 메이저 우승에 "선물 받은 기분"이라며 행복해했다.

김인경은 6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파72·6천697야드)에서 열린 브리티시 여자오픈 골프대회(총상금 325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쳐 최종합계 18언더 270타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김인경은 경기가 끝난 뒤 우승 소감을 묻자 "아무래도 선물 받은 기분"이라며 "응원해주신 분이 많아서 부담을 받았는데 그런 걸 좀 이겨내니까 우승하게 되고 또 우승 몇 번 하니까 메이저대회 우승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김인경은 지난 2012년 '30㎝ 퍼팅 실패'로 놓친 여자골프 메이저대회 우승의 한(恨)을 5년 만에 말끔히 씻어냈다.

그는 '그때의 부담감이 아직도 있느냐'는 외신 기자의 물음에 "퍼팅을 놓친 게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은 아니라고 받아들인다"며 "지금은 쇼트퍼팅을 넣으면 보상받았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거라고 생각 안 한다.

오늘 내가 경기를 마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인경은 이날 2위와 6타 차이 단독선두로 출발했지만, 버디 기회를 자주 놓치면서 격차를 2타까지 허용했다.

그는 잇단 버디 기회를 놓칠 때 심정을 묻자 "그냥 최선을 다했어요"라며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인경은 "모든 퍼팅이 들어갈 거라고 생각 안 했어요.

아쉬운 게 항상 있지만 코스가 경기하기 쉽지 않아서 파로도 만족하는 홀이 많았던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눈앞에 둔 이날 라운드에 오르면서 '그냥 첫 라운드라고 생각하자'는 주문을 걸었다고 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주변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기대하는 많은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주문을 단단히 걸었던 것 같다.

김인경은 우승을 예상했느냐고 묻자 "경기 시작 전에 많은 분이 우승할 거라고 말씀하셨다.

아빠도 잘하면 좋은 성적이 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며 "그런데 저라도 저 자신한테 '우승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경기했더니 떨지 않고 침착할 수 있었던 같았다"고 했다.

김인경은 2타차 앞선 18번 홀에서 거침없이 티샷을 날렸다.

세컨드 샷을 한 뒤 공이 그린에 떨어지는 걸 본 순간 '씩'하고 웃었다.

'우승이다'는 마음을 드러낸 첫 순간이었다.

이어 그린에 올라선 그는 버디 퍼팅이 살짝 빗나가자 망설임 없이 공을 살짝 쳐 홀에 떨어뜨린 뒤 이내 환하게 웃었다.

스코어카드를 적어낸 뒤 외국 방송들과 차례로 우승 소감 인터뷰를 하러 이동하는 사이 김인경이 잠깐 눈을 닦는 모습을 보였지만 쏟아진 비 때문이었는지 감격의 눈물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파이프<스코틀랜드>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