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교 바캉스'… 졸속 논란 속 없던 일로
서울 잠수교를 백사장으로 만들어 바캉스 축제를 열겠다던 서울시가 결국 행사를 취소했다. 앞서 ‘전시행정’ ‘졸속행사’라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축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뒤늦게 판단한 것이다.

서울시는 축제 ‘잠수교 바캉스’(조감도)를 주관하는 민간협력업체가 사업 취소를 요청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행사는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다. 애초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로 예정됐지만 집중 호우가 예상돼 한 차례 연기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협력업체가 ‘행사가 밀리면서 이용 수요가 줄고 교통량은 늘어 추가 비용이 들 것’이라며 전날 저녁 취소 의사를 알려왔다”고 말했다.

잠수교 바캉스는 행사 예고와 동시에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는 잠수교 차량을 전면 통제하고 모래 810t을 깔아 모래사장을 만들 계획이었다. 센강변을 해변처럼 꾸미는 프랑스의 ‘파리 플라주’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그러나 하루 이상 잠수교의 차량과 자전거를 통제하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행사를 열기 위해 잠수교의 차량을 하루 이상 전면 통제한 적은 없다.

서울시가 사업 검토를 부실하게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잠수교 바캉스는 시민단체 서울산책이 지난 2월 서울시에 제안한 사업이다. 행사에 드는 예산 5억원을 서울산책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사업이 추진됐다. 서울산책은 걷기 등 문화 행사를 주로 여는 단체이지만 여름철 이 같은 대규모 바캉스 축제를 주최한 경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 계획서를 보고 사업 추진 역량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축제에 참여하려고 했던 시민들 불만도 크다. 잠수교에 설치 예정이던 워터슬라이드 이용권(1만원)을 구매한 시민들 얘기다. 카드 결제한 사람은 자동으로 환불이 되지만 무통장 입금한 시민들은 예약처에서 따로 환불 신청을 해야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환불 대상자는 1000여 명에 달한다. 예매권을 구매한 직장인 김모씨는 “비 때문에 행사를 연기한다고 했을 때도 결국 비가 오지 않았다”며 “이제는 일방적으로 행사를 취소하고 환불하라고 문자를 보내다니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