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이 영화 ‘군함도’를 둘러싼 여러 논란에 대해 생각을 밝히고 있다.  CJ E&M 제공
류승완 감독이 영화 ‘군함도’를 둘러싼 여러 논란에 대해 생각을 밝히고 있다. CJ E&M 제공
류승완 감독(44)의 영화 ‘군함도’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이 영화는 31일까지 6일간 453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명량’ ‘부산행’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강한 초반 관객몰이다. 일제 강점기 하시마(군함도) 탄광으로 강제징용된 조선인의 탈출극을 그린 이 영화를 둘러싸고 역사 왜곡 문제와 스크린 독과점 논란도 뜨겁다. 1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류 감독을 만났다.

“관객의 뜨거운 관심은 청산되지 못한 한·일 관계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줬기 때문일 겁니다. 군함도 강제징용은 폐광으로 끝난 역사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역사입니다. 일본은 군함도를 근대산업시설이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데 성공했지만 강제징용 사실을 공개해야 하는 의무를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류 감독은 일본이 강제징용 역사를 안고 있는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또 신청하려다 최근 후보에서 누락시켰다고 전했다. 그는 “분명히 영화 ‘군함도’가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했다.

류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일본 제국주의에 편승한 전범기업들을 고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군함도에서 석탄을 채굴한 미쓰비시 같은 기업은 전쟁 중 노동력을 착취해 돈을 벌었지만 그런 과거를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극중 조선인은 지옥 같은 탄광에서 인간 이하로 취급받았다. 좁은 갱도에서 훈도시(일본 전통 남성속옷)만 입고 일하며 음식물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사람이 도저히 살 수 없는 곳이다.

“많은 조선인은 왜 끌려왔는지조차 몰랐습니다. 해방과 독립은커녕 살아 돌아갈 수 있을지도 가늠하기 어려웠죠. 저는 영화에서나마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싶었습니다. 감옥 같은 담장을 넘어 탈출하는 이야기를 보여줬습니다.”

극중 위안부 피해자 역 이정현과 황정민의 어린 딸 역 김수안이 엮는 희비극은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류 감독은 모두를 황폐화시키는 전쟁에서도 여성과 어린이들이 특히 치명상을 입는다는 점에서 두 캐릭터를 살리는 데 힘썼다고 한다.

“여성과 아이들은 생명의 근원이자 우리의 미래입니다. 전쟁이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죠. 그러나 현대 여성은 강인합니다.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모습으로 그려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가 총을 들고 다른 이들에게도 탈출하자고 설득하는 장면이 그런 것입니다.”

류 감독은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조선인의 악행도 짚어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반일 영화’가 아니라 ‘친일 영화’라고 주장했다.

“친일 영화란 해석은 부당합니다. 극중 친일 부역자들이 어떤 최후를 맞았는지 돌이켜보세요. 모두가 죽습니다. (과거 친일 부역했다가 참회한) 이강옥(황정민 분)마저 죽습니다. 영화의 친일 청산 의지는 명백합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최근 군함도 발언에 대해 류 감독은 “내 말을 짜깁기했다”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스가 장관은 “‘군함도’는 어디까지나 창작된 작품이다. 기록영화가 아니라고 감독도 밝혔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이 영화는 사실에 기반을 둔 창작물”이라며 “극중 인물이나 사건도 시대적 배경이 아니었다면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가령 탈출 장면도 고증을 받았다고 했다. 영화적 효과에 필요한 기관총이 안 나오는 이유는 당시 군함도에 있던 무기와 인력으로 세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대해 그는 “제가 만든 영화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 민망할 뿐”이라고 털어놨다.

“원칙적으로 모든 영화가 관객과 만날 가치가 있습니다. 스크린 수에 대해 정책적으로 제한선을 정해 이 논쟁을 끝냈으면 좋겠습니다. 제 영화가 독과점 논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