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4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두바이유가 두 달여 만에 50달러대를 회복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감산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제재, 달러 약세 등이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0.46달러(0.93%) 올라 50.17달러에 마감했다. 영국 브렌트유는 0.13달러 오른 52.65달러, 두바이유는 0.66달러 상승한 50.38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지난 5월25일 50달러대가 무너졌으며, 6월21일 42.53달러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지난주 8.6% 오른 데 이어 이날도 상승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헤지펀드들이 유가 추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가 상승엔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이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한 베네수엘라에 제재 조치를 했다. 우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자산을 동결했지만 추가로 원유 수입을 막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1~4월 하루 78만 배럴을 베네수엘라에서 수입했다. 미 의회가 지난달 28일 통과시킨 러시아 추가 제재안에도 미국·유럽에서 사업 중인 러시아 석유 기업을 겨냥한 조치가 대거 담겼다.

사우디 주도의 감산도 지속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7월 감산 이행률은 6월 77%에서 84%로 높아졌으며, OPEC은 오는 7일부터 비(非)OPEC 산유국과 감산 이행률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한다.

미국의 셰일오일 시추가 감소하고 있고, 석유 재고도 1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통상 유가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달러가 몇 달째 약세를 지속하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이날 0.5% 하락해 92.84로 15개월 내 최저치로 떨어졌다.

다만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50달러 선을 넘어선 만큼 상승 속도를 다소 줄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