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항·조력자 가능성 제기

'KAI 비자금 열쇠' 손승범, 공개수배에도 일주일 넘게 오리무중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손승범 전 KAI 차장에 대한 추적을 지난달 24일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얼굴을 공개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검거하지 못하고 있다.

손씨는 KAI 인사운영팀 소속으로 2007∼2014년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과 경공격기 FA-50 등을 개발하는 용역 회사 선정 업무를 맡아 처남 명의의 용역업체를 차려 247억원대의 물량을 챙기고 20억여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손씨가 1년 넘게 검찰의 수사망을 피한 데 이어, 경찰까지 힘을 보태는 전방위 포위망에도 일주일 넘게 걸려들지 않자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먼저 손씨가 밀항해 국외로 달아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횡령·배임 등 경제사범들이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으로 밀항해 수사망을 빠져나가는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여러 가지로 파악한 결과 손씨가 밀항했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며 국내에서 검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KAI 비자금 열쇠' 손승범, 공개수배에도 일주일 넘게 오리무중
신변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지만, 이에 대해서도 검찰은 그간의 추적으로 포착한 단서를 고려하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추측이 분분한 것은 범죄 전력도 없는 '화이트칼라' 범죄 피의자가 긴 도피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공개수사로 전환되기 이전에도 검찰은 손씨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연인원 100명을 투입해 추적했다.

그럼에도 손씨의 행방이 오리무중인 배경에는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에 검찰은 집중하고 있다.

손씨의 범행 규모가 수백억원대로 크기 때문에 회사 차원의 조직적 관여가 이뤄졌으리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검찰 관계자는 "누군가의 지원을 받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 있었다"며 "현재 최선을 다해 손씨를 검거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