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사건 1심 재판부가 ‘좌파 배제, 우파 지원’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기조 자체는 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블랙리스트 판결문에 따르면 1심 재판부는 “대통령은 보수주의를 표방해 당선됐고 보수주의를 지지하는 국민이 지지 기반”이라며 “좌파 지원 축소와 우파 지원 확대를 표방한 것 자체가 헌법이나 법령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블랙리스트를 주도했다’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대거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국정기조를 강조하고 정책 입안과 실행을 지시한 것을 두고 특정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문예지 지원이나 ‘건전영화’ 지원, 종북 성향 서적의 도서관 비치 문제 등을 언급했지만 “지시 내용 자체가 위법 부당한 것은 아니다”고도 했다. 국정기조에 따른 정책적 판단을 곧바로 직권 남용으로 연결짓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한편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순실 씨 재판에 ‘블랙리스트 판결문’을 증거로 신청했다. 각 재판부는 특검의 신청을 받아들여 판결문을 증거로 채택했다. 검찰도 조만간 판결문을 증거로 신청할 방침이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