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회사 일이 바빠 도무지 이사 갈 집을 찾을 시간이 나지 않는 회사원 이모씨(36). 지난주 토요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중개업소에 집을 보러 갔지만 모두 문을 닫아 허탕 치고 돌아왔다. 이 동네 중개업소 대부분이 토요일엔 격주로만 영업하기 때문이다. 일요일도 모든 중개업소가 휴무다. 이씨는 다음주 토요일 다시 방문하거나 평일 연차를 내야 해 고민이라고 했다.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일대에서 한 동네 중개업소가 단체로 주말에 휴무인 곳이 많아 소비자 불편이 커지고 있다.

대부분 중개업소가 일요일 문을 닫지만 경기 과천, 분당, 일산 등에선 토요일까지도 격주로 쉬는 곳이 많다. 이 때문에 주말밖에 시간이 없는 직장인과 맞벌이 부부들이 집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동네 중개업소는 대부분 경쟁을 피하고 서로 공존하기 위해 친목회 같은 모임을 결성하고 같은 날 쉬고 있다.

친목회 회원끼리는 서로 매도자 매물과 매수자 고객 정보 등을 공유하지만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업소엔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불이익이 따른다. 동네 부동산 거래가 사실상 친목회에 의해 장악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로선 주말 ‘대목’을 놓치는 셈이지만 모임에 끼지 않을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전에 친목단체가 개별 중개업소의 특정 요일 영업을 제한하는 부분을 문제 삼고 시정 조치에 들어가기도 했다. 2011년 수도권 6개 부동산 중개업소가 회원의 공휴일 영업활동 금지, 비회원 중개업자와의 공동중개 금지 등을 강제한 사실이 드러나 해당 업소의 사업활동을 제한한 것이다. 공인중개사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법도 개정돼 매매·전월세 가격, 중개수수료 등을 담합하거나 특정일 영업행위를 방해하다가 적발된 경우 최고 6개월의 업무정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대부분 지역에 친목회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강제성이 없는 자발적 휴무라면 단체로 문을 닫는 사실만 놓고 담합행위라고 판단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협회 차원에서 제재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