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외국 기업처럼 여름휴가에 연·월차 휴가를 더해 최장 3주에 달하는 ‘빅 브레이크(big break·장기휴가)’를 갈 수 있도록 했다. SK그룹은 지난 18일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16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임직원이 빅 브레이크를 갈 수 있도록 하고, 국내 중소 휴양지 방문을 권장하기로 결정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사회와 함께하는 성장’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내수경제와 민생경제를 뒷받침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결과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사회와 함께하는 성장 전략’을 핵심으로 하는 ‘딥 체인지 2.0’을 그룹의 새로운 지향점으로 밝힌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최근 우리 사회가 단기간에 이뤄낸 고도성장 속에서 의도치 않았던 양극화 등 사회·경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앞으로 SK그룹은 대기업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CEO와 임직원은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독려했다.
장기 휴가와 국내 중소 휴양지 방문을 권장한 것은 국내 내수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SK그룹 관계자는 “회사별로 사정이 달라 강제할 수는 없지만, 장기휴가 제도는 업무 효율 향상과 내수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가급적이면 임직원에게 국내 여행을 갈 것을 권장하고, 국내 여행도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나 중소 휴양지를 이용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재충전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지원하는 ‘1석2조’의 휴가 정책인 셈이다.
장기 휴가는 관계사별로 사정에 맞게 실시한다. “눈치 보지 말고 휴가 가라”는 구두 홍보에만 그치지 않는다. 경영진이 솔선수범하면서 긴 휴가로 인한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했다. SK이노베이션은 김준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일찌감치 본인의 장기 휴가 일정을 구성원에게 안내했다. 구성원들도 미리 장기 휴가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다. SK그룹은 국내 여행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직원들이 체계적으로 휴가를 다녀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국내 주요 지역 휴양시설과 연계해 임직원이 여름 휴가를 지역 사회와 함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7~8월 동해 옥계와 서해 춘장대에 하계휴양소를 운영해 임직원의 국내 휴가를 독려하고 있다. 휴양소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 및 무료 취사장·샤워장 등 다양한 부대시설도 마련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