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용 원자로마저 원전처럼 퇴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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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 사업도 '빨간불'
1700억 쏟아부었는데…정부 "정상추진 곤란"
탈원전 정책에 연구용 원자로까지 '퇴출 바람'…"기초연구 뿌리째 흔들려"
1700억 쏟아부었는데…정부 "정상추진 곤란"
탈원전 정책에 연구용 원자로까지 '퇴출 바람'…"기초연구 뿌리째 흔들려"
탈(脫)원자력발전 정책을 추진 중인 정부가 연구용 원자로 개발사업에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연구용 원자로는 원자력의 ‘씨앗 기술’로, 개발에 차질이 빚어지면 원자력사업 기반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국책사업인 ‘수출용 신형 연구로 개발사업’에 대한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과정에서 “사업의 정상 추진이 곤란하다”는 의견을 사업자인 과기정통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전달했다.
수출용 신형 연구로는 사업비 4570억원(국고 4170억원, 지방비 400억원)을 투입해 부산 기장군에 의료·산업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원자로를 짓는 사업이다. 1995년 가동된 첫 연구용 원자로인 대전 하나로(HANARO)에 이어 두 번째 원자로다.
기재부와 기술기획평가원은 “지진에 대비한 단층 안전성 평가와 폐기물 저장 및 관리 방안 등 쟁점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건설허가 취득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방사성 동위원소 수출 시장이 크지 않고 연구로 운영 방안도 미흡하다”는 의견을 냈다. 현재 진행 상황과 사업계획대로라면 부적정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지금까지 부지 조성, 핵심 기자재 제작 등으로 이미 1700억여원이 투입된 사업이 무산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연구용 원자로는 원자력의 기초 기술에 해당한다.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소재 특성 파악, 리튬전지 및 수소 자동차용 배터리 개발 등에 이르기까지 활용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탈(脫)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가 원자로 사업에도 제동을 걸면서 원자력 뿌리 기술 연구마저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에 앞서 2011년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에서도 연구용 원자로 퇴출 여부를 놓고 국가적인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2조원 경제 효과 날아가나
이번에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 ‘연구용 원자로 2호기’ 사업은 2008년 시작됐다. 네덜란드와 캐나다 원자로가 중지돼 국내 주요 병원에서 핵의학검사가 줄줄이 연기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나서서 이 사업을 추진했다. ‘1호 원자로’인 대전 ‘하나로’는 국내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수요량의 최대 30%까지만 채울 수 있다. 수출형 신형 연구로는 하나로와 함께 수요량 100%를 채우고 일본에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부산시 기장군은 2010년 9개 지방자치단체와 경쟁해 사업지로 선정됐다. 연구로를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일반산업단지’에 유치해 2조원 가까운 경제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과기정통부 등은 2011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후 2014년 국무총리실 산하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건설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경주 지진이 발생하면서 안전성 문제로 허가가 지연되던 와중에 새 정부 사업으로 넘어오게 됐다. 허가가 지연되면서 당초 2900억원으로 책정된 사업비도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전문가들은 건설이 지연될수록 사업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수출 차질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자력 기초연구 흔들”
1호 원자로인 하나로도 2년여 동안 정지 상태다. 2014년 전력계통 이상으로 일시 가동 중단에 들어간 뒤 내진성능 보강 공사가 이어져 지난 4월 완공됐으나 시민단체 등이 안전 문제를 제기해 검증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원자력 기초연구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자력연구원은 하나로 가동 중단 이후 국내산보다 30배 비싼 방사성 동위원소를 전량 수입해 국내 병원에 공급하고 있다.
연구로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기장군도 비상이 걸렸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지난 6일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방문해 “연구로 개발사업 지연으로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일반산업단지의 기업 유치와 입주에 많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원자력 학계는 탈원전 정책이 연구용 원자로 개발까지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대전에서 열린 세계 중성자산란 학술대회(ICNS) 참석차 방한한 빈프리트 페트리 독일 뭔헨공대 교수는 “독일 정부가 원전을 축소하면서 원자력 기초 연구까지 흔들리고 있다”며 “전력 정책 때문에 원자력산업 전반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재부 검토 결과는 탈원전 정책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건설 허가를 취득하고 기재부와 사업비 인하 등을 협의하면 적정성 의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국책사업인 ‘수출용 신형 연구로 개발사업’에 대한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과정에서 “사업의 정상 추진이 곤란하다”는 의견을 사업자인 과기정통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전달했다.
수출용 신형 연구로는 사업비 4570억원(국고 4170억원, 지방비 400억원)을 투입해 부산 기장군에 의료·산업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원자로를 짓는 사업이다. 1995년 가동된 첫 연구용 원자로인 대전 하나로(HANARO)에 이어 두 번째 원자로다.
기재부와 기술기획평가원은 “지진에 대비한 단층 안전성 평가와 폐기물 저장 및 관리 방안 등 쟁점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건설허가 취득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방사성 동위원소 수출 시장이 크지 않고 연구로 운영 방안도 미흡하다”는 의견을 냈다. 현재 진행 상황과 사업계획대로라면 부적정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지금까지 부지 조성, 핵심 기자재 제작 등으로 이미 1700억여원이 투입된 사업이 무산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연구용 원자로는 원자력의 기초 기술에 해당한다.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소재 특성 파악, 리튬전지 및 수소 자동차용 배터리 개발 등에 이르기까지 활용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탈(脫)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가 원자로 사업에도 제동을 걸면서 원자력 뿌리 기술 연구마저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에 앞서 2011년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에서도 연구용 원자로 퇴출 여부를 놓고 국가적인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2조원 경제 효과 날아가나
이번에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 ‘연구용 원자로 2호기’ 사업은 2008년 시작됐다. 네덜란드와 캐나다 원자로가 중지돼 국내 주요 병원에서 핵의학검사가 줄줄이 연기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나서서 이 사업을 추진했다. ‘1호 원자로’인 대전 ‘하나로’는 국내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수요량의 최대 30%까지만 채울 수 있다. 수출형 신형 연구로는 하나로와 함께 수요량 100%를 채우고 일본에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부산시 기장군은 2010년 9개 지방자치단체와 경쟁해 사업지로 선정됐다. 연구로를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일반산업단지’에 유치해 2조원 가까운 경제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과기정통부 등은 2011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후 2014년 국무총리실 산하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건설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경주 지진이 발생하면서 안전성 문제로 허가가 지연되던 와중에 새 정부 사업으로 넘어오게 됐다. 허가가 지연되면서 당초 2900억원으로 책정된 사업비도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전문가들은 건설이 지연될수록 사업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수출 차질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자력 기초연구 흔들”
1호 원자로인 하나로도 2년여 동안 정지 상태다. 2014년 전력계통 이상으로 일시 가동 중단에 들어간 뒤 내진성능 보강 공사가 이어져 지난 4월 완공됐으나 시민단체 등이 안전 문제를 제기해 검증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원자력 기초연구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자력연구원은 하나로 가동 중단 이후 국내산보다 30배 비싼 방사성 동위원소를 전량 수입해 국내 병원에 공급하고 있다.
연구로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기장군도 비상이 걸렸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지난 6일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방문해 “연구로 개발사업 지연으로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일반산업단지의 기업 유치와 입주에 많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원자력 학계는 탈원전 정책이 연구용 원자로 개발까지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대전에서 열린 세계 중성자산란 학술대회(ICNS) 참석차 방한한 빈프리트 페트리 독일 뭔헨공대 교수는 “독일 정부가 원전을 축소하면서 원자력 기초 연구까지 흔들리고 있다”며 “전력 정책 때문에 원자력산업 전반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재부 검토 결과는 탈원전 정책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건설 허가를 취득하고 기재부와 사업비 인하 등을 협의하면 적정성 의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