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가치투자 운용사인 신영자산운용이 내놓은 첫 중소형주 펀드 ‘신영마라톤중소형주’가 출시된 지 5일 만에 900억원 가까운 자금을 모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30일 신영자산운용에 따르면 신영마라톤중소형주 펀드는 출시된 지 5일 만인 이달 28일까지 891억원을 끌어모았다. 7월 한 달간 전체 중소형주 펀드 순유입 규모가 731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펀드가 이달 중소형주 펀드의 투자자금을 독식한 셈이다.

이 펀드는 한국의 ‘가치투자 1세대’로 꼽히는 허남권 사장(사진)이 지난 5월 취임한 이후 처음 내놓은 상품이다. 허 사장이 직접 운용에 참여해 출시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이 펀드의 주요 투자 대상은 내수 우량주다. 최근 증시 상승을 이끈 정보기술(IT)주 등은 거의 담지 않았다.

허 사장은 “대형주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중소형주가 주목받을 차례”라며 “지난 3년여간 주가가 부진했던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가치주를 주로 펀드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펀드에 담긴 종목은 110여 개다. 펀드 내 비중이 2% 넘는 종목이 5~6개에 불과할 정도로 골고루 분산 투자됐다.

종류는 성과보수형과 일반형 두 가지다. 성과보수형은 기본 운용보수 연 0.20%에 수익률이 5%를 초과하면 초과수익의 10%를 성과보수로 받는다. 일반형은 A클래스 기준 총 1.33%를 보수로 내야 한다. 연 1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면 일반형에, 기대 수익률이 그보다 낮으면 성과보수형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신영자산운용의 설명이다.

허 사장은 “유입된 자금의 90%가량이 일반형으로 가입했다”며 “그만큼 일반 투자자가 기대하는 수익률이 높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지난주까지 이 펀드는 신영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펀드슈퍼마켓 등에서만 판매됐지만 이번주부터 시중은행으로 판매처가 확대된다.

허 사장은 “판매처가 늘면 자금유입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목표 설정액인 3000억원가량이 모이면 적정 수익률 달성을 위해 판매를 잠정 중단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나수지/박종서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