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셀린느 비피아나(Celine Vipiana)가 만든 이 브랜드는 2008년 피비 필로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하면서 독창성과 모던함이 더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비 필로는 자신의 디자인에 부연설명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든 브랜드가 패션쇼 전에 공개하는 컬렉션 콘셉트 자료도 배포하지 않는다. 셀린느의 컬렉션 쇼가 진행된 뒤에는 어떤 질문도 받지 않는다.
보통 명품 브랜드나 유명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시즌의 콘셉트와 소재, 디자인, 영감 등에 대해 자세하게 얘기하고 설명하고 싶어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이는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이 디자이너의 부연설명으로 인해 편견을 갖고 보여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개인마다 자신의 개성과 감정대로 보고 느끼며 받아들이길 바라는 것이다. 피비 필로는 “옷은 옷일 뿐이다. 당신이 보는 대로 대하라”고 말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올가을 신제품은 테일러링에 주목했다. 깃을 살린 셔츠와 통 넓은 입체적인 바지, 풍성한 원피스와 이브닝드레스 등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했다. 예술적인 측면보다는 평소에 자주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인 부분에 더 공을 들였다는 설명이다. 남성들의 옷장에서 바로 꺼낸 듯한 셔츠와 재킷,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바지, 여성적인 랩 스커트와 저지 소재의 부드러운 원피스 등이 대표적이다. 소재에서도 셀린느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올가을에는 가벼운 양모 원단과 면, 최고급 캐시미어, 가볍고 입기 쉬운 저지 원단을 주로 사용했다. 일상 출근 복장부터 데이트를 위한 이브닝룩까지 다양한 컬렉션을 구성했다. 특히 초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독특하고 가벼운 원단부터 본격적인 가을 시즌을 위한 강렬하고 두툼한 코트 원단까지 종류를 다양하게 썼다.
셀린느의 베스트셀러인 가방도 신제품을 내놨다. 여성들이 갖고 싶어하는 우아한 디자인과 고급 소재, 한눈에 셀린느 제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세련되고 독특한 구조적인 형태 등이 셀린느 가방의 매력이다. 셀린느의 베스트셀러인 ‘러기지 백’은 1970년대 셀린느의 빈티지 여행가방에서 영감을 받아 피비 필로가 재해석해 내놨다. 정방형의 기본 형태에 양옆에 날개가 펼쳐진 듯한 실루엣은 큰 로고나 브랜드의 디테일 없이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셀린느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2015년 첫선을 보인 뒤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트위스티드 카바’는 시크한 실루엣이 가장 큰 특징이다. 대칭적인 구조에서 벗어난 섬세한 트위스트 형태와 독특한 매듭 장식으로 변화를 줬다. 또 매끄러운 송아지 가죽과 양털 소재를 혼합한 가방은 대비되는 질감으로 색다른 매력을 더했다.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가방 ‘클래스프’는 가방 위의 커다란 잠금 장식에서 이름을 따왔다. 스몰, 미디움, 카바 등 크기와 형태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으로 선보이고 있다. 고급스러운 메탈 잠금 장식과 매끄러운 가죽의 조화가 돋보이는 제품이다. 셀린느의 모든 가방은 장인이 최고급 가죽으로 만들기 때문에 사용할수록 더 예쁜 형태로 길들여지는 게 특징이다.
셀린느는 올해 3월 청담동에 300㎡(약 91평) 규모의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콘셉트를 한눈에 보여주는 이 매장은 세련된 느낌, 여성스러움을 동시에 보여주도록 꾸몄다. 매장 1층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 셀린느의 작은 가죽 소품, 가방 등 다양한 가죽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2층에는 2017년 가을 컬렉션의 의류와 슈즈가 전시돼 있다. 쉴 수 있는 라운지와 특별한 VIP 공간을 마련해 소비자들이 편하게 쇼핑하도록 구성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