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스캔들로 얼룩졌던 리보(Libor·런던 은행간 금리)가 4년 뒤에 사라질 전망이다.

27일 CNBC에 따르면 앤드루 베일리 영국 금융감독청(FCA) 청장은 이날 행한 외부 연설에서 리보가 적절성을 잃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오는 2021년말까지 "더 신뢰할 만한 대안"으로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일리 청장은 "리보가 재고자 하는 기본 시장이 더는 충분할 만큼 활성적이지 못하다"고 말하고 이 시장이 가까운 장래에 더욱 활성화될 전망도 거의 없어 리보의 장래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리보를 정하는 데 참여하는 회원사 은행들도 미미한 자금 차입 활동을 근거로 매일 금리 자료를 제출하는 데 대해 불편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베일리 청장은 이날 새로운 벤치마크 금리의 형태와 책정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영국의 파운드 오버나잇 인덱스평균(SONIA)과 미국 국채 담보 레포(repo·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상당히 활성적인 시장에 기반을 두고 있는 사례로 꼽았다.
'리보' 4년뒤 사라진다…英금융당국, 대안금리로 교체 방침
그는 이밖에 유로 오버나잇 금리(EONIA)와 스위스의 SARON, 일본의 TONAR 등도 은행간 오버나잇 거래를 통해 금리를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보는 몇몇 회원사 은행들이 다른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가격을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평균치를 정해 런던 표준시 기준으로 매일 오전 11시45분에 고시된다.

리보는 기업대출이나 주택담보 대출, 신용카드 등의 기준금리를 정하는데 참고하는 중요한 지표다.

하지만 2012년 몇몇 회원사들이 허위 자료를 제출해 금리를 조작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스캔들에 휘말린 대형은행들이 낸 벌금액은 총 90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달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대안기준금리위원회(ARRC)는 미국 국채 담보 레포 금리를 리보의 대안으로 권고한 바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다만 새 금리로 대체하는 것은 내년부터 자율적으로 이뤄지는데 충분한 유동성을 갖추려면 몇 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리보가 수십 년간 금융시장에 깊이 뿌리박혀 있으므로, 미국 금융기관들이 새 벤치마크를 쓰는 것은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