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옥 회장 "경총, 최저임금 16.4% 올랐는데 한마디도 못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방직업체 중 하나인 전방(옛 전남방직)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과정에서 사용자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경총 창립멤버인 전방은 "경총이 경제단체 역할을 못 한다"며 탈퇴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지만, 경총의 만류로 일단 잔류했다.

조규옥 전방 회장은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16.4%나 올렸는데 경총에서는 한마디 말도 없다"며 "우리를 대신해서 최저임금위원회에 나갔으면 기업들이 얼마나 힘든지 대변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못 했다"고 비판했다.

조 회장은 "계속 이런 식으로 하면 다시는 경총에 안 나겠다고 말했다"며 "탈퇴서를 내지는 않았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하나의 경고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경총은 전방이 주도해서 만든 단체"라며 "경총이 그래도 기업을 제일 활발하게 대변해주는 단체인데 이럴 때 나서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방 창업주인 김용주 전 회장은 1970년 경총 초대 회장에 선출됐다.

아들 김창성 전방 명예회장은 현재 경총 고문을 맡고 있고 조 회장은 경총 부회장 중 한 명이다.

조 회장은 경총이 정규직 전환 정책을 비판했다가 정부와 불편한 관계가 된 것을 두고 "경총이 틀린 말을 한 게 아니다"라며 "그런 말도 못하면 경제단체로서 경총의 존재가 무의미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총 상황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우리 같이 별 볼 일 없는 사양사업을 하는 제조업체는 의지할 곳도, 화풀이할 곳도 경총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오르면서 방직업계가 큰 어려움에 부닥쳤다고 전했다.

전방은 전국에 보유한 섬유공장 6곳 중 3곳을 폐쇄하고 근로자 600여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방이 50% 지분을 투자해 일본 섬유업체 군제 등과 함께 설립한 속옷생산업체 전방군제도 일본 측이 최저임금 타결 직후 일방적으로 사업을 청산하고 철수하는 바람에 사실상 문을 닫았다.

그는 "전방의 직영공장 6개 중 3개의 문을 닫으면 내년도 16.4% 인상은 버텨낼 수 있지만 그래도 만원대(대통령 공약대로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시)는 못 버틴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3개를 닫는다고 지금의 적자가 흑자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보고 문 닫으라는 얘기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또 경방[000050]의 광주공장 베트남 일부 이전 결정을 언급하고서 "지금 다른 회사들은 완전히 다 보따리 싸고 (해외로) 가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방은 1935년 가네보방적 광주공장으로 설립됐으며 약 1천200명을 고용하고 있다.

국내 섬유산업은 가격 경쟁력 약화와 과잉경쟁 등으로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전방은 2014년 113억원, 2015년 105억원, 2016년 125억원 등 최근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blue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