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지원배제' 공모 불인정…'노태강 사직 강요'는 주범 인정
'재판독립 원칙' 따라 직접 영향은 없지만 유력 참고자료로 검토할 듯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연루자들에 대한 1심 판결 결과가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이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블랙리스트 연루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이들과 공모했다는 정황은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재판부는 '예술위 책임심의위원 선정 부당개입'과 '문예기금 지원심의 부당개입', '영화·도서 부문 지원배제' 혐의 등을 판단하면서 일부 관련자들의 공모 혐의를 인정했다.

김 전 실장과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 등이 공모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들의 범행을 박 전 대통령이 지시 또는 지휘해 공모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전 실장 등이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 없이 독단적으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범행을 실행했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또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 대해서도 김 전 실장 등과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범행을 공모했거나 실행 행위에 가담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달리 노태강 당시 문체부 체육국장(현 2차관)에 대한 사직 강요 혐의(직권남용)와 관련해서는 박 전 대통령이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종덕 전 장관과 김상률 전 수석이 대통령과 순차적으로 공모해 노 전 국장의 사직을 강요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했다.

특히 "대통령의 지시는 공무원의 신분보장과 직업공무원제도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위법 부당한 지시임이 명백하다"고 밝혀 이 혐의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이 사실상 '주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8월 전국승마대회 편파판정 의혹을 조사한 노 전 국장과 담당 과장에 대해 "참 나쁜 사람, 인사 조치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노 전 국장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좌천됐다가 지난해 면직됐다.

그러나 체육 행정 전문가인 노 전 국장은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문체부 차관으로 화려하게 공직에 복귀했다.

이번 판결 결과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형사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형식적으로 보면 각각의 재판이 독립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다만 증거의 상당 부분과 주요 증인이 중복되는 만큼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유·무죄를 판단하는데 유력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