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주도 성장의 출발점…소득 늘려 소비 촉진해 경제의 선순환 유도
정부 재정을 투입·의견수렴 과정 부족 등 논란도
[文정부 경제정책] 사회적 논란에도 최저임금 1만원 실험 '그대로'
문재인 정부의 '사람 중심 경제'에서 수요 측면의 두 개의 중심 축이 '소득 주도 성장'과 '일자리 중심 경제'다.

새 정부가 11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추경)으로 일자리 중심 경제의 시작을 알렸다면 소득 주도 성장의 출발점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정책과제 중 첫머리에 나오는 것이 소득 주도 성장, 그중에서도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이다.

가계의 실질 가처분 소득을 증대해 소비를 늘리고 전체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적극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에 앞서 최저임금위윈회는 지난 15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인상한 7천530원으로 결정했다.

2010년 이후 최저임금 인상률이 2.75∼8.1%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두 자릿수 인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 영향을 미쳤다는게 중론이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결정되자 정부는 다음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한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내놨다.

대책의 핵심은 '일자리 안정 지원 자금' 지원이다.

정부는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 평균(7.4%)을 상회하는 추가 최저임금 인상분을 예산 등을 포함한 재정에서 지원키로 했다.

그 규모는 내년에만 3조원에 육박한다.

구체적인 지원대상과 금액, 전달체계는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키로 해 이후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과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 주재로 수 차례 회의가 열렸다.

TF는 8월 중순까지 일자리 안정지원 자금 대책을 구체화한 뒤 2018년 예산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文정부 경제정책] 사회적 논란에도 최저임금 1만원 실험 '그대로'
대선 공약인데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이 너무 낮았던 만큼 그동안 노동계와 학계 일부에서 '인상 필요성'을 계속 제기한 것은 사실이다.

구매력평가지수(PPPs)를 이용해 시간당 실질최저임금 수준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2015년 5.45달러로 10.90달러인 프랑스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독일도 시간당 실질최저임금이 10.21달러로 10달러가 넘었고, 영국은 8.17달러, 미국은 7.24달러, 일본은 6.95달러로 우리나라에 비해 최저임금의 실질구매력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대책에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내년에는 3조원 내외지만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재정이 부담해야 할 추가 인건비가 16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제대로 된 정책적 설계나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발표 이후 외국인-한국인 노동자 급여 역전, 9급 공무원의 최저임금 미달 등 '생각지도 못한' 논란이 발생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주 전 대표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누가 주창한 것인지 불분명하고, 취지가 모호하다.

근거가 미약하고, 인상 후를 예측할 정부의 시나리오가 없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문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여야 4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운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을 위한) 대책을 바로 발표했다"며 "연말까지 계속 보완하고 점검해 나가겠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불리한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추이의 속도 조절 주문이 나오자 "1년 해보고 속도 조절을 해야 할지, 더 가야 할지 결론을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날 발표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최저임금 시급 1만원 달성 지원과 관련해 기존의 정부 입장이 수정 없이 그대로 담겼다.

내년부터 인상된 최저임금 적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부작용을 정부 대책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을지가 최저임금 1만원 달성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이 각종 비판을 딛고 일어서 저성장과 양극화를 극복하고 성장의 패러다임을 바꿀지, 아니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 증대로 오히려 우리 경제의 더 큰 그늘을 지울지를 결정하는 실험은 이제 막 시작됐다.

(세종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