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한창 서류전형을 하고 있는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정민 인사기획팀장을 찾았다. 그는 이번 채용을 앞두고 기존의 6단계(온라인 서류전형, 한자 이력서 전형, 프레젠테이션, 토론, 산행, 임원면접) 채용 절차를 3단계(서류전형, 면접, 인턴십)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먼저 이력서에서 시작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까지 이력서에 지원자의 사진, 출생연도, 학력, 외국어 사항뿐만 아니라 주량, 흡연 등 기호와 가족사항, 결혼 여부를 적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엔 △지원부문 △이름 △현주소 △휴대폰 번호 △이메일 주소 △보유 자격증 및 경력 △직무 관련 교육이수 항목만 넣었다. 여기에 지원 직무에 대한 역량(700자)과 인생관 및 좌우명(500자)으로 구성된 자기소개서를 제출토록 했다.
학력과 출신 학교를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어떻게 서류전형 합격자를 골라내는지가 궁금했다. 정 팀장은 “자격증 등을 제외하면 지원자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 자기소개서뿐이어서 평가에 많은 부담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서류전형에선 인사팀과 해당 부서 실무자들이 이중평가를 통해 합격자를 선발했다. 평가요소는 ‘지원 직무에 대한 열정과 진정성’이었다. 온라인상의 문구를 복사하거나 회사 이름을 다르게 쓴 자소서는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해 배제했다.
정 팀장은 고충이 많았다고 했다. 과연 현업 실무에서 원하는 인재를 뽑을 수 있을지가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이 비합리적인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일정 부분 수긍했다. “직무마다 요구되는 역량이 다른데 모두 블라인드로 사람을 뽑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약사, 연구개발 등 특정 직군은 일정 수준의 자격과 전공도 필요합니다. 경우에 따라 필기시험도 있어야겠지요.” 면접은 무엇을 묻나
물론 장점도 있다고 했다. 정 팀장은 “사진란을 없앴더니 지원자에 대한 선입관이 싹 사라졌다”며 사진을 보면서 착하게 생겼다, 적극적으로 보인다 등 실제와는 동떨어지기 십상인 개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일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또 ‘스펙란’을 없앴더니 지원자들의 자소서 내용이 훨씬 더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서류전형 합격자들은 이제 면접을 봐야 한다. 실무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26~27일 치러지는 면접에는 인사팀(인력개발실장, 인사기획팀장)과 실무부서(팀장, 실장, 본부장)에서 면접위원 5~6명이 참여한다. 지원자 5~6명이 참여하는 집단면접 형태다. 시간은 한 조에 30분 안팎이다. 평가요소는 지원 부문마다 다르다. 영업직 지원자에게는 2.5t 트럭을 직접 운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대부분 트럭이 수동 기어여서 연습이 안 된 지원자라면 다소 어려울 겁니다.”
생산직은 직무이해력을 평가한다. 제약사 생산공정에 대한 이해력, 분석·실험과 관련한 지식 등 실무적인 질문이 주를 이룰 전망이다.
정 팀장은 “최종 합격 여부는 면접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4개월의 인턴 기간을 통해 가리기 때문에 면접에선 지원자의 열정, 직무이해도 등을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내년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블라인드 채용으로 200여 명의 신입사원을 뽑을 계획이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