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몇몇 언론에서 석유수입부과금이 미국과 통상 마찰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정유회사들이 미국산 원유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석유수입부과금이 미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배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석유수입부과금은 원유와 석유제품, 액화천연가스(LNG)를 대상으로 수입물량 단위당 일정액을 부과한다. 징수한 부과금은 정부의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에 귀속돼 관련 정책 사업을 추진하는 중요한 재원이 된다.

석유수입부과금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 부과금이 FTA에서 관세와 같게 취급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FTA 표준협정안에서 관세란 상품에 부과하는 모든 관세와 상품의 수입과 관련해 부과하는 모든 종류의 부과금을 포함한다. 한·미 협정문을 비롯해 우리가 외국과 체결한 FTA 협정문의 관세에 대한 정의도 표준협정안의 정의와 다르지 않다. 따라서 FTA 체결에 따라 석유수입부과금은 관세와 마찬가지로 폐지 대상이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다만 한·미 협정문에는 같은 종류의 경쟁적이고 대체 가능한 상품에 부과하는 내국세와 동등한 부과금은 예외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석유수입부과금이 이 예외 조항에 해당하는지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즉, 우리나라 동해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원유(컨덴세이트)와 천연가스에 부과금을 징수한다면 석유수입부과금이 예외로 인정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원유와 천연가스가 극히 소량이어서 경쟁적이고 대체 가능한 상품으로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석유수입부과금은 관세에 해당될 가능성이 크고 관세 예외 조항을 적용하기도 곤란하므로 정부는 그 부과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명칭은 석유판매부과금으로 변경하고 부과를 수입 단계에서 판매 단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FTA와는 별개로 그동안 석유수입부과금이 수입 단계에서 부과됨으로 인해 과다한 행정비용을 발생시키는 문제가 있었다. 징수한 부과금을 다시 환급하는 데 따른 복잡성 때문이다. 원유를 수입해 석유제품으로 가공해서 수출하면 부과금이 환급된다. 석유제품을 석유화학제품과 윤활유 원료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부과금이 환급된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규정들이 대단히 복잡하다.

예를 들면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석유제품을 수출하는 경우에는 부피의 차이가 발생하므로 환급을 위해 소요된 원유의 양을 환산해야 한다. 또 환급액은 업체별로 자율적으로 산출해 신고하므로 각기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 있고 신고한 내용의 적정성 판단도 쉽지 않다. 이런 복잡한 절차를 거쳐 환급되는 석유수입부과금은 징수액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

수입부과금을 판매부과금으로 변경하면 행정비용은 줄일 수 있지만 정부는 또 다른 고민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이 수입 단계에서 부과하는 부과금은 정유회사의 공급 가격에 포함돼 원가의 일부로 간주된다. 그러나 판매 단계에서 부과하는 부과금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석유류 세금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수입부과금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미국 등 FTA를 체결한 국가들로부터 수입하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양은 많지 않다. 실제로 협정 체결국이 우리의 석유수입부과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 추진하고 있는 중동 산유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과 FTA가 체결되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모든 에너지원에 공평한 판매부과금 제도를 서둘러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달석 <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