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스피스(미국)가 브리티시오픈의 상징, ‘클라레 저그’를 품에 안았다. 스피스는 24일(한국시간) 영국 사우스포트의 로열 버크데일 골프클럽(파70·7156야드)에서 열린 제146회 브리티시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5개를 묶어1언더파 69타를 쳤다.최종합계 12언더파 268타를 친 스피스는 2위 맷 쿠처(미국)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우승상금은 184만5000달러(약 20억6450만원)
올 시즌 세 번째 우승이자 PGA 통산 열한 번째 우승. 동시에 통산 메이저 3승째다.스피스는 2015년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잇달아 제패하며 차세대 골프황제로 떠올랐다.
오는 27일 만 24세가 되는 스피스는 특히 이번 메이저 우승으로 1979년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 이후 최연소 브리티시오픈 우승자가 됐다. 아울러 잭 니클라우스(미국)에 이어 24세 이전에 메이저 3승을 달성한 두 번째 골퍼가 됐다.타이거 우즈는 2000년 24세 6개월에 메이저 3승을 신고했다. 스피스가 3주 후 열리는 PGA챔피언십까지 제패할 경우 커리어 그랜드슬램 대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PGA에서는 지금까지 보비 존스,진 사라젠,벤 호건,게리 플레이어,잭 니클라우스,타이거 우즈 등 6명 만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3라운드까지 3타 차 단독 선두를 달렸던 스피스는 이날 와이어 투 와이어 메이저 우승에 대한 부담감 탓인지 초반 샷감이 무뎌 보였다. 4번홀까지 보기 3개를 범하며 맷 쿠처에게 공동선두를 내준 것. 스피스는 5번홀에서 버디를 뽑아내 다시 단독 선두로 올라섰지만 9번홀에서 1m도 안되는 짧은 파 퍼트를 놓치며 다시 쿠처와 동타를 이뤘다.
반전이 시작된 곳은 13번홀.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긴 풀숲으로 들어간 것. 스피스는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한 뒤 공을 규정에 따라 홀컵과 공을 연결한 선의 직후방에 있는 드라이빙 레인지로 옮겨 두 번째 샷을 했다.20여분 이상 시간을 끌며 공들인 끝에 세컨드샷을 한 결과는 보기. 더블 보기 이상이 나올 수 있었던 최악의 상황을 보기로 막았다. 스피스의 집중력이 이 때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14번홀에서 홀인원에 가까운 버디를 잡아내며 다시 공동선두에 올라선 스피스는 이어 15번홀(파5)에서 15m에 가까운 긴 이글퍼트를 홀컵에 꽂아넣으며 버디로 추격해온 쿠처를 1타 차로 앞지르기 시작했다.스피스의 집중력은 이후에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16번홀에서도 10m에 가까운 긴거리 퍼트를 홀컵에 떨궈 쿠처와의 타수 차를 2타로 벌려놨다.쿠처는 17번홀에서 4m짜리 까다로운 버디 퍼트를 잡아내며 마지막 역전 가능성을 살리려 애썼다.하지만 스피스 역시 2m버디 퍼트를 꽂아넣어 쿠처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스피스는 이어진 마지막 18번홀에서 공을 그린 중앙에 침착하게 올린 뒤 파를 지켜 3타 차 우승을 확정지었다.쿠처는 그린 홀컵을 노렸던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빠지는 바람에 보기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하루에만 7언더파를 몰아친 중국의 신예 리하오퉁이 6언더파로 깜짝 3위를 차지했고, 최근 아이리시오픈과 US오픈에서 2개 대회 연속 예선탈락하며 부진했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쳐 체면치레를 했다.
한국(계) 선수들은 대체로 부진했다.전날 2라운드까지 왕정훈(22),안병훈(26),김기환(26),김시우(22)등 4명이 예선탈락했다.본선에 진출한 나머지 4명 중에서는 마지막날 4타를 줄인 강성훈(30)과 나흘 내내 기복없는 경기를 펼친 코리아오픈 챔피언 장이근(24)이 나란히 3오버파 공동 44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송영한(26)과 김경태(31)는 6오버파로 공동 62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계 중에는 일본 투어에서 2승을 올린 재미동포 김찬(27)이 3언더파 공동 11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