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빨간불 켜지는 세계부동산…'장기 호황'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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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평가지수 장기 평균 상회
9월 이후 변곡점 맞을 가능성 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9월 이후 변곡점 맞을 가능성 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요즘 들어 세계 부동산시장이 과열 국면에 진입했다는 경고음이 부쩍 많이 들린다. 지난 6월 말 세계 64개국을 대상으로 산출한 부동산 평균가격지수인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주택지수를 보면 전년 동기 대비 16분기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계기로 폭락했던 미국의 주택 관련 지표는 2012년 이후 꾸준한 상승세가 이어져 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 높아졌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개발한 미국 부동산업계에서 신뢰가 가장 높은 케이스-실러 지수 역시 작년 말을 기점으로 사상 최고점을 경신했다.
유럽 부동산시장은 2014년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 통계청이 집계한 작년 4분기 유럽연합(EU) 28개국과 유로존 19개국의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 3.7% 상승한 107.8과 103.8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EU와 유로존 간 격차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20년 이상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 부동산시장도 2014년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코노미스트 주택가격지수로 보면 일본 부동산시장은 1980년대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오다 1990년을 정점으로 급격한 하락세에 접어들었지만 2013년 말부터 작년 말까지는 5%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직후부터 거품 수위가 위험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돼온 중국 부동산시장은 시진핑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는 분위기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집계하는 70개 도시 신규주택 평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8개월 연속, 전월 대비로는 25개월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부동산시장은 ‘이중 차별화(dual decoupling) 현상’이 뚜렷하다. 국가별로는 인도, 베트남 부동산시장은 달아오르는 반면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브라질, 중동 산유국 부동산시장은 차갑다. 용도별로는 주택시장이 중심인 선진국과 달리 인프라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과열 경고음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세계 부동산시장이 올해 여름 휴가철 이후 어떻게 될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현재의 가격 수준을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가격의 적정선 평가는 구매력 면에서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 투자 면에서 주택수익비율(P/R)이 가장 많이 활용된다.
P/I는 부동산 총 취득비용을 개인의 이자 후 소득으로 나눈 수치로, 과거와 비교해서 높으면 현재 부동산 자산 가치가 ‘고평가’, 낮으면 ‘저평가’된 것을 의미한다. P/R은 부동산 총 소요비용을 연간 임대료로 나눈 수치로, P/I와 마찬가지로 과거에 비해 높으면 상대적으로 고평가됐음을 뜻한다.
주요국별 P/I를 산출해 보면 영국과 프랑스의 부동산 가격이 장기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영국과 프랑스의 P/I는 각각 131.1, 121.8을 기록해 장기 평균치를 대폭 웃돌아 거품이 우려되는 수준이다. 작년 하반기 이후 상승세가 눈에 띈 미국과 독일도 P/I가 장기 평균치를 웃돌기 시작했다.
중국은 1990년대 이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반으로 한 소득 증가로 부동산 가격이 가계소득에 비해 낮아지다가 2010년 이후 역전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가격 양극화 현상을 반영하듯 전국적으로는 P/I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오히려 침체 가능성이 우려된다.
P/R을 산출해 보면 대부분 국가에서 장기 평균치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작년 말 P/R이 143.1을 기록해 주요국 중 가장 높았다. 중국 역시 가파른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고평가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거품 대책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의 P/R은 작년 말 기준으로 각각 111.4, 105.3을 기록해 다른 국가에 비해 안정된 수준이나 고평가 국면에 진입했다. 일본의 P/R은 장기 평균치를 밑돌고 있으나 최근 들어 빠른 회복세가 눈에 띈다. 유럽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이탈리아의 P/R이 2013년부터 장기 평균치를 밑돌고 있다.
증시 거품 논쟁과 함께 부동산 고평가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목표치에 미달한 물가 안정만을 이유로 버티고 있는 선진국 통화정책 운용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예상대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자산 매각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이 겹칠 것으로 보이는 올해 9월 이후 세계 부동산 시장은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계기로 폭락했던 미국의 주택 관련 지표는 2012년 이후 꾸준한 상승세가 이어져 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 높아졌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개발한 미국 부동산업계에서 신뢰가 가장 높은 케이스-실러 지수 역시 작년 말을 기점으로 사상 최고점을 경신했다.
유럽 부동산시장은 2014년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 통계청이 집계한 작년 4분기 유럽연합(EU) 28개국과 유로존 19개국의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 3.7% 상승한 107.8과 103.8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EU와 유로존 간 격차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20년 이상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 부동산시장도 2014년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코노미스트 주택가격지수로 보면 일본 부동산시장은 1980년대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오다 1990년을 정점으로 급격한 하락세에 접어들었지만 2013년 말부터 작년 말까지는 5%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직후부터 거품 수위가 위험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돼온 중국 부동산시장은 시진핑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는 분위기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집계하는 70개 도시 신규주택 평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8개월 연속, 전월 대비로는 25개월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부동산시장은 ‘이중 차별화(dual decoupling) 현상’이 뚜렷하다. 국가별로는 인도, 베트남 부동산시장은 달아오르는 반면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브라질, 중동 산유국 부동산시장은 차갑다. 용도별로는 주택시장이 중심인 선진국과 달리 인프라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과열 경고음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세계 부동산시장이 올해 여름 휴가철 이후 어떻게 될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현재의 가격 수준을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가격의 적정선 평가는 구매력 면에서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 투자 면에서 주택수익비율(P/R)이 가장 많이 활용된다.
P/I는 부동산 총 취득비용을 개인의 이자 후 소득으로 나눈 수치로, 과거와 비교해서 높으면 현재 부동산 자산 가치가 ‘고평가’, 낮으면 ‘저평가’된 것을 의미한다. P/R은 부동산 총 소요비용을 연간 임대료로 나눈 수치로, P/I와 마찬가지로 과거에 비해 높으면 상대적으로 고평가됐음을 뜻한다.
주요국별 P/I를 산출해 보면 영국과 프랑스의 부동산 가격이 장기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영국과 프랑스의 P/I는 각각 131.1, 121.8을 기록해 장기 평균치를 대폭 웃돌아 거품이 우려되는 수준이다. 작년 하반기 이후 상승세가 눈에 띈 미국과 독일도 P/I가 장기 평균치를 웃돌기 시작했다.
중국은 1990년대 이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반으로 한 소득 증가로 부동산 가격이 가계소득에 비해 낮아지다가 2010년 이후 역전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가격 양극화 현상을 반영하듯 전국적으로는 P/I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오히려 침체 가능성이 우려된다.
P/R을 산출해 보면 대부분 국가에서 장기 평균치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작년 말 P/R이 143.1을 기록해 주요국 중 가장 높았다. 중국 역시 가파른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고평가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거품 대책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의 P/R은 작년 말 기준으로 각각 111.4, 105.3을 기록해 다른 국가에 비해 안정된 수준이나 고평가 국면에 진입했다. 일본의 P/R은 장기 평균치를 밑돌고 있으나 최근 들어 빠른 회복세가 눈에 띈다. 유럽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이탈리아의 P/R이 2013년부터 장기 평균치를 밑돌고 있다.
증시 거품 논쟁과 함께 부동산 고평가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목표치에 미달한 물가 안정만을 이유로 버티고 있는 선진국 통화정책 운용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예상대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자산 매각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이 겹칠 것으로 보이는 올해 9월 이후 세계 부동산 시장은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