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신한은행·하나금융·우리은행·기업은행 등 5개 금융지주 및 은행의 상반기 순이익 규모가 6조원대를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6조원대 순이익은 2011년 이후 6년 만이다. 최근 경기가 호전되고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타면서 대출가산금리를 높이는 등 이자수익을 불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은행 수익이 호전됐다지만 예대마진에 따라 춤을 추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런 식의 ‘천수답 수익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또 언제 경기나 금리 상황에 따라 은행 수익이 돌변할지 모를 일이다. 은행들이 실적 잔치를 벌이는 사이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에서 담보·보증 위주의 보신적 대출 관행이 여전하다”고 질타했다. 은행들이 아직도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 관행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감독당국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당국은 은행이 보신주의 영업 때문에 혁신에 나서지 않는다고 하지만, 은행의 그런 행태를 최선의 선택으로 만든 건 다름 아니라 후진적 금융 규제라는 점에서 그렇다. 소위 ‘은산분리’만 해도 그렇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청문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전향적 자세를 보였지만 여당 입장은 그게 아니다. K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등 금융권에 ‘메기 효과’ 가능성을 보여주었음에도 은산분리 규제를 완강히 고수하고 있는 게 그렇다. 이리되면 이미 인가받은 인터넷은행은 증자 등에 나서기 어렵고, 새로운 인터넷은행도 진입하기 어려워 결국 은행 혁신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건 불 보듯 뻔하다.

은행 지배구조 또한 문제다. 주인 없는 은행에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새로운 수익모델 개발에 나서라고 하는 건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오히려 관치가 고착화되면서 금융 자생력이 더욱 떨어질 건 당연한 결과다. 우수한 인력이 선호한다는 금융이 국가경쟁력 평가 때마다 노동과 더불어 최저 수준을 맴도는 이유다. 더 늦기 전에 금융을 스스로 혁신하는 산업으로 키우려면 당국도 은행도 변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