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각종 희귀 유전질환 등도 가정에서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다. 미국 유전자 검사업체 23앤드미(23andme)만 해도 199달러에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10가지 질환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온라인, 홈페이지, 편의점 등에서 판매할 정도다. 하지만 한국에선 소비자들이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검사기관에 직접 의뢰해 유전자 검사를 받는 서비스가 미용, 영양상태 등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전자 분석 가능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규정한 생명윤리법 때문이다(한경 7월20일자 A19면 참조).

생명윤리법이 걸림돌인 경우는 이것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자랑하는 ‘광화문 1번가’에 접수된 제안 중 바이오 분야에선 줄기세포 등의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게 제일 많았다. 생명윤리법 때문에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한 임상연구가 사실상 막혔다는 하소연이다. ‘황우석 사태’ 후 생명윤리법이 강화된 게 결정타였다. 한국은 지난해 줄기세포치료제 신규 임상시험에서 중국에도 밀리는 처지가 됐다. 더구나 일본은 ‘줄기세포 천국’으로 변했다는 판국이다. 한국이 윤리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일본은 새로운 치료제 개발로 질주한 결과다.

생명윤리법과 더불어 신산업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법이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이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지만 정작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인공지능 등을 꽃피우는 데 필수불가결한 데이터 문제에서 한국은 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어떤 데이터건 개인정보를 피해갈 수 없는 환경임에도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규제하고 있어서다. 개인 식별이 안 되는 정보라도 다른 정보와 결합해 식별이 가능하면 모두 개인정보라고 규정하는 바람에 한국에서 비(非)식별정보 활용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바이오헬스, 4차 산업혁명은 양질의 신산업 일자리를 만들어낼 원천으로 꼽힌다. 일자리 정부라면 걸림돌을 제거하는 데 앞장서야 정상이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정부는 생명윤리법,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다. ‘규제개혁’이란 말이 잘 들리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