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편법 증여해 탈세' 혐의 재판은 1심 진행 중 사업상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입점업체 측 금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신영자(75·여)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가 무죄로 인정돼 징역 2년으로 감경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19일 신 이사장에게 징역 3년 및 14억 4천여만원의 추징금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횡령·배임액을 모두 공탁하거나 변제한 점을 고려했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1심은 신 이사장이 롯데면세점 내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을 좋은 곳으로 옮겨주는 대가로 아들 명의를 내세워 운영하던 유통업체 B사를 통해 총 8억4천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유죄로 봤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B사가 네이처리퍼블릭으로부터 받은 돈을 피고인이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다"며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B사가 받은 돈이 신 전 이사장에게 흘러간 정황이 없고 명목상 소유주인 아들이 따로 생활하는 점 등이 이유였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과거에는 부정한 청탁을 받았어도 직접 이익을 얻어야만 배임죄로 처벌됐는데, 지난해 5월 법이 개정돼 제3자를 통해 이익을 얻어도 배임죄로 인정받게 됐다"며 "신 전 이사장은 개정 전의 법을 적용받았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에 초밥 매장이 들어가게 해 주는 대가로 해당 업체로부터 5억여원을 받은 혐의는 유죄를 인정했으나 받은 금액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1심이 인정한 특별법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대신 일반법인 형법상 배임죄를 적용했다.
이 밖에 B사를 내세워 롯데그룹 일감을 몰아받거나 일하지 않는 자녀에게도 급여를 지급한 혐의(특경법 횡령)는 1심대로 유죄가 인정됐다.
신 이사장이 브로커 한모(구속기소)씨로부터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위치를 바꾸는 명목으로 뒷돈을 받은 부분은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가 나왔다.
한씨 진술에 일관성이 없어 믿기 어렵고 다른 증거도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근무하지도 않은 자녀들에게 보수를 지급했다"며 "'오너 일가는 회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아직도 버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질타했다.
한편 재판에 넘겨진 롯데그룹 총수 일가 가운데 항소심 선고를 받은 것은 신 전 이사장이 처음이다.
신 전 이사장은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보유한 롯데주식을 매매 형태로 증여받아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도 기소돼 1심이 진행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