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세 박막례 할머니가 홈쇼핑에 나와 미백 크림과 탄력 앰플을 소개한다.

한데 제품 이름과 사용법, 효능을 알려주기는 커녕 이름이 어려워서 못사겠다고 투덜거린다.

할머니는 특유의 거친 입담으로 던지듯 말한다. "글씨가 염X하고 지X하네. 찰떡같이 알아먹고 사서 느그들 필요한대로 짜서 써."

이 홈쇼핑 방송을 본 20~30대 젊은층 여성들이 너도나도 '구매' 버튼을 누르면서 미백 크림과 탄력 앰플은 순식간에 완판된다.


유통업계가 유튜브 스타에 열광하고 있다.

박막례 할머니부터 영국 남자까지 유튜브에서 수십, 수백만 팬을 가진 스타를 영입해 제품을 알릴 이색 콘텐츠를 만든다. 해외 유튜브 스타를 초청해 제품 체험 행사를 열기도 한다.

유튜브 스타가 먹고 입고 바른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입소문 나 제품 판매로 연결되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 '막례쑈' 한 달 만에 조회수 420만 뷰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지난 달 8일부터 유튜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와 손잡고 '막례쑈'를 진행한다.

박 할머니가 직접 나와 화장품, 샴푸, 에어서큘레이터 등의 상품을 구성진 사투리와 걸쭉한 욕설로 소개하는 방송이다. 시청자를 향해 간간히 호통도 친다.

박 할머니는 유튜브에서 'KOREA GRANDMA' 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일상과 독특한 화장법, 여행기를 올려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팬(구독자)만 27만명이 넘는다.

막례쑈는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SNS 상에서 화제가 되며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막례쑈는 공식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 유튜브를 통해 노출돼 현재까지 조회수 420만 뷰를 기록했다.

막례쑈' 시청층을 보면 20~30대 젊은층 여성 비중이 50%를 넘는다.

박 할머니가 소개한 '시크릿 에이지 기미크림' 방송은 18~34세 여성 비중이 40% 이상, '이데베논 앰플' 방송은 60% 이상을 각각 차지했다.

젊은층 여성이 방송에 열광하면서 해당 상품 구매율도 증가했다. '시크릿 에이지 기미크림'은 막례쑈 이후 20~30대 연령 구매율이 기존보다 14% 넘게 늘었다. '이데베논 앰플'도 30% 이상 증가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이 많은 젊은 연령층이 막례쑈 시청과 더불어 구매까지 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70대 여성, 독특한 화장법, 거침없는 화법 등 박 할머니가 가진 재미 요소가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화장품 브랜드 바닐라코도 박 할머니와 손잡고 이색 콘텐츠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그가 바닐라코 화장품을 사용해 걸그룹 '태연' 따라잡기에 나선 영상은 조회수만 71만 뷰를 돌파했다.

또 다른 화장품 브랜드 SNP는 모자(母子) 유튜브 스타인 박근미씨와 정선호씨를 영입해 주요 제품인 '마스크팩' 영상을 찍어 공개했다. 코믹한 내용의 이 영상이 유튜브 조회수 100만 뷰를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마스크팩 매출도 껑충 뛰었다.

◆ CJ, 해외 유튜브 스타 초청해 체험 행사

CJ제일제당은 해외 각국에서 활동하는 유튜브 스타들과 손 잡았다.

이날 회사 측은 음식 브랜드 '비비고'를 해외 시장에 알리기 위해 13개국에서 온 15명의 유튜버들을 본사로 초청해 체험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유튜브에서 한국 문화와 관련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들로, 구독자 수만 10만명 이상인 파워 유튜버다.

이날 행사에서 유튜버들은 '비비고 왕교자'와 '비비고 남도 떡갈비' '비비고 김치' 등을 맛봤고 최광호 셰프(마스터셰프코리아3 우승자)로부터 한식을 주제로 한 요리 강좌도 들었다.

해외 유튜버들은 준비된 재료와 셰프의 시연을 보며 각자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촬영했고 한식에 대해 궁금한 점도 물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유튜브 스타 미셸은 "만두와 떡갈비 모두 놀라울 정도로 맛있었다"며 "앞으로 다양한 한식을 경험해보고 이를 콘텐츠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한식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유통업계가 유튜브 스타들에 빠지자 기업별로 혹은 제품별로 가장 궁합이 좋은 유튜버를 골라주는 사이트까지 생겼다.

제일기획은 지난 5월 기업들이 브랜드와 꼭 맞는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개인)를 찾아 마케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겟잇뷰' 사이트를 선보였다.

이 사이트는 제일기획이 개발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에 흩어져 있는 인플루언서 수 만 명의 활동 데이터, 구독자 수, 조회 수 등을 종합한 순위를 보여준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의 인기 인플루언서 정보도 제공한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