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양성자 치료기 도입 1년…삼성서울병원 치료센터 가보니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센터는 희망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그동안 방사선 암 치료 부작용 등으로 힘들어하던 환자들이 부작용이 적은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방사선 치료가 어려운 암 환자들도 양성자를 이용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10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양성자치료센터에서 만난 표홍렬 센터장(사진)은 “폐 기능이 나빠져 방사선 치료가 어려운 폐암환자, 뇌와 척수 등에 암이 생긴 소아암 환자 등에게 양성자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한 인생] 양성자 치료기 도입 1년…삼성서울병원 치료센터 가보니
삼성서울병원은 국립암센터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양성자 치료기를 지난해 도입했다. 가동 1년여 만인 지난 5월에는 500명의 암 환자에게 1만 건에 육박하는 양성자 치료를 하는 성과를 냈다. 치료 환자는 갈수록 빠르게 늘고 있다. 표 센터장은 국립암센터에 양성자 도입을 주도한 의사다. 삼성서울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양성자 치료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암 치료법은 크게 수술, 방사선, 항암치료로 나뉜다. 양성자 치료는 방사선을 이용한 암 치료법이다. 원통형 가속장치인 사이클로트론(Cyclotron)을 이용해 수소 원자의 핵(양성자)을 빛 속도의 60%로 가속시켜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가속된 양성자선이 몸 속을 통과하면 암 부위에서 최대 에너지를 쏟은 뒤 소멸된다. 기존 방사선은 암 부위의 앞과 뒷부분 정상 조직에도 손상을 주지만 양성자 치료기는 손상을 덜 준다. 이 때문에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린다.

삼성서울병원의 양성자 치료기는 에너지를 가속하는 사이클로트론, 전송장치, 회전치료기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 기기에 들어가는 부품만 100만 개에 달한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보다 훨씬 많다. 자동차에는 2만~3만 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환자가 치료받는 치료 공간 뒤편에는 지하 3층 규모의 공간에 높이 10.4m, 무게 170t 크기의 치료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표 센터장은 “양성자는 엑스선보다 2000배 정도 입자가 커 급격히 꺾을 수 없기 때문에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며 “회전 치료기 한가운데 부분이 오차 범위 1~2㎜ 안에서 30년 이상 유지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됐다”고 했다.

환자가 치료를 받는 공간에는 양성자를 내보내는 치료기,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 로봇으로 조정하는 환자 치료 침대 등이 놓여 있었다. 환자가 누워 있으면 치료실 바로 옆방 조정 공간에서 환자의 암 부위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치료하는 구조다. 표 센터장은 “CT로 암 부위의 변화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스캐닝 치료방식 등을 활용해 세기를 조절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회전식 기기이기 때문에 환자가 엎드리거나 옆으로 눕지 않고서도 모든 부위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표 센터장은 양성자 치료기의 장점으로 적은 부작용을 꼽았다. 그는 “기존 방사선 치료는 정상 조직에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환자가 피로감 등을 호소한다”며 “폐암은 폐의 위치 때문에 부작용으로 식도염이 생기고 치료 후 기침, 숨가쁨 등의 증상이 생겼다”고 했다. 양성자 치료는 이 같은 부작용이 현저히 줄었다. 그는 “폐암 환자 중 폐 상태가 나빠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못하는 환자가 있다”며 “이들에게 양성자 치료를 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병원에서 양성자 치료 환자를 분석한 결과 간암 치료 후 기능이 떨어지는 부작용은 거의 없었다. 폐 조직도 많이 보호할 수 있었다. 뇌부터 척수까지 넓게 퍼진 암을 치료해야 하는 소아암 환자도 양성자 치료를 활용하면 방사선 치료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완치율은 65~70% 정도다.

치료 성과가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양성자 치료를 받으려는 암 환자가 몰리고 있다. 기기를 24시간 가동하기 위해 센터 직원들은 3교대로 근무를 한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에서 양성자 치료기로 치료 가능한 환자는 하루 50명 정도다. 환자들은 3주~1개월 정도 기다려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표 센터장은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하고 싶지만 사용 환자 수가 제한돼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환자들에게 이런 점을 설명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그는 “양성자 치료기는 70년 이상 연구 끝에 개발된 장비”라며 “차세대 장비라는 인식이 확산돼 많은 병원에서 환자 치료에 활용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