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관계자들은 웃지 못했다. 외신 내용을 인용해 보도자료를 낼 법도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초상집에서 잔치한다는 말을 들을까봐 조용히 지나갔다”고 했다.
국내 면세점업계는 말 그대로 초상집 분위기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피해는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중순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 발길이 뚝 끊긴 탓에 국내 면세점업계 매출은 예년보다 20~30% 줄었다. 올해 국내 면세점 시장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는 ‘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관세청이 부당하게 낮은 점수를 줘 롯데가 월드타워점 운영권을 6개월간 빼앗겼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지만 특혜 의혹은 해소될 조짐이 없다. ‘롯데월드타워점 특허를 다시 취득한 것 자체가 특혜’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롯데 관계자들은 “검찰 수사를 받아서라도 억울함을 풀고 싶다”고까지 말한다. 롯데월드타워점이 ‘억울하게’ 문 닫은 6개월 동안 날아간 약 3700억원의 매출과 해고 불안에 시달린 임직원들에 대해선 책임 있는 사람 누구도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5년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롯데가 삼성전자와 같이 세계 1위에 올라설 수 있는 사업이 바로 면세점”이라며 “한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서비스 업종인 만큼, 더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투자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왔다.
면세점은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 아니다. 2015년 이후 새로 문을 연 면세점 중 이익을 내는 곳은 하나도 없다. ‘서로 누가 먼저 빠져나가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공공연히 돌 정도다. 면세점 선정 비리는 철저히 조사해야 하지만, 면세점산업을 어떻게 제대로 키울지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비스 업종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할 분야는 그리 많지 않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