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글로벌 생산성은 어디로 사라졌나?"
내년이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지 10년이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져온 가장 큰 후유증은 생산성 증가율이 세계적으로 낮아진 것이다. 지난주 한국은행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 잠재성장률을 2.8~2.9%로 추정해 공식적으로 3%대가 무너졌음을 알렸다. 2001~2005년엔 4.8~5.2%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대로 내려왔다. 생산성이 과거와 달리 떨어져 기초체력이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2004년 인터넷기업 거품 붕괴 이후 생산성이 낮아지고 있지만 유럽과 대부분의 신흥국도 생산성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미국은 새로운 기술혁신에도 불구하고 2004~2014년 생산성 증가는 1.4%에 불과했다. 선진국들이 위기 이전 수준의 생산성을 유지했다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현재 5%대로 높았을 것이다. 이는 세계 경제에 일본 규모의 경제가 추가된 것과 같은 것이다.

학계에서는 이런 생산성 하락 이유를 크게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총생산을 측정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생산성 증가가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통계방법이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 발전으로 제품의 질이 높아져도 가격이 동일하다면 실질 생산은 과소평가된다. 새로운 기술 발전으로 무료로 누리는 편익도 반영할 수 없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구글 검색과 같은 무료 서비스는 사용자의 편익을 높였음에도 총생산 추계에는 반영이 안 된다.

둘째, 다양한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근로자 역시 고령화돼 생산성이 저하된다. 세계 교역 증가율이 낮아진 것도 그 원인이다. 무역은 국제적인 경쟁을 제고하고 선진 기술을 습득할 기회를 제공한다. 무역 위축은 이를 통한 생산성 증대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교육과 훈련을 통한 인적 자원의 축적이 낮아진 것도 원인으로 설명한다. 글로벌 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구조개혁 노력이 미흡하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 생산성 저하의 숨은 요인이다.

셋째,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후유증이 지속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막고 있다. 일부 유럽 국가에선 신용경색으로 기업이 자산을 매각하고 투자를 축소했다. 이는 수요 위축, 경제 불확실성과 맞물려 신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를 위축시켜 생산성 악화를 초래했다. 반면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이 취한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는 생산성이 나쁜 좀비기업들이 연명할 수 있게 해줬다. 자본시장에도 자산가격의 거품을 가져왔고 성장유망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골라내지 못했다.

이런 요인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혁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장이 그 역할을 다 할 수는 없다. 혁신은 일정부분 공공재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인터넷,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터치스크린 기술은 정부가 투자한 연구개발의 성과를 응용한 것이다. 정부는 혁신과 경쟁을 막고 있는 규제를 폐지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인적 자원의 투자와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다. 위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부 유럽 국가는 은행의 재무건전성 강화와 부실기업 정리가 절실하다.

다행히도 이달 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은 투자 확대와 구조 개혁을 위한 인식을 같이하고 국가별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제는 생산성을 증대시키면서 동시에 경제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정책이 더 이상 말로만 하는 약속이 아니라 정책의 우선순위가 되도록 G20 정상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기다.

최희남 < IMF 상임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