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매각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SK하이닉스를 겨냥한 각종 루머가 일본 언론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 일본 지지통신은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의결권 취득을 포기하고 자금을 융자하는 방식으로 ‘한·미·일 연합’에 참가하는 방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고 16일 보도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도시바 지분 인수를 계속 얘기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SK하이닉스는 단순히 한·미·일 연합에 자금을 대는 것을 넘어 도시바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사히신문도 지난 15일 SK하이닉스가 5200억엔(약 5조2400억원)을 대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한·미·일 연합의 인수가 2조엔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알려진 SK하이닉스의 부담분 3000억엔보다 70% 이상 많다.

SK하이닉스가 인수 주체에서 아예 제외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일부 일본 언론은 “도시바가 다른 매수 희망자들과도 대화를 시작했다”며 “SK하이닉스가 빠지고 그 자리에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들어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전했다.

모두 SK하이닉스가 바라는 지분 인수를 막거나 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 일색이다. 국내 반도체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를 압박하기 위한 일본 언론의 여론전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웨스턴디지털과 도시바 사이의 관계가 크게 나빠진 가운데 웨스턴디지털이 SK하이닉스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은 지나치다”며 “SK하이닉스가 본인들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여론전을 통해 부담을 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SK하이닉스는 산업혁신기구 등 일본계 펀드, 미국 베인캐피털 등과 함께 지난달 도시바 반도체부문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웨스턴디지털이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인수를 반대하면서 지난달 27일 맺을 예정이었던 매각 계약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