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제목은 초등학교를 다니는 2학년 딸아이가 수업 시간에 받아온 질문이다. ‘논다’라는 단어에 스스로 여러 가지 질문을 만들어 보는 숙제였다. ‘왜 노는 시간은 짧고 공부하는 시간은 길까’ ‘우리가 하는 일이 다 재미있으면 그것이 모두 노는 것일까’ ‘살아있는 것은 모두 놀까’ 등 질문을 많이 적어 좋았는데 그중 재미있는 질문이 몇 개 있다. ‘하느님도 가끔은 놀까’ ‘100세가 된 분들도 놀까’가 그것이었다. ‘하느님도 놀까’ ‘신도 놀 수 있을까’ ‘신이 놀아도 되는 것인가’ ‘신이 놀면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게 되는 것인가’…. 자꾸 질문들을 되묻게 된다. 하지만 사람의 짧은 생각으로 아무리 상상해봐도 신이 놀 수 없다면 불공평한 것은 아닌가 하는 미안한 마음도 든다.

‘100세가 돼도 놀 것인가’라는 질문 역시 자문해보다가 웃고 말았다. 10대 때는 입시를 앞두고도 친구들과 소소히 놀았던 추억이 있고 20대 초반에는 세상에 더 놀 수 없을 만큼 친구들과 어울린 기억이 많다.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는 졸업하면 놀 수 없으니 더 열심히 놀려고 애썼다. 졸업하고 직장에 있을 때도 놀았고, 유학을 떠나서도 놀았던 기억이 많다. 한국에 돌아와 오페라 무대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놀지 못하면 억울하기도 하다. 이러니 100세가 됐다고 해서 노는 일이 따분해진다든가 싫어질 리가 만무할 것이라는 짐작을 해본다.

문득 프랑스의 오페라 작곡가 조르주 비제 얘기를 소개하고 싶다. 오페라 ‘카르멘’을 작곡한 비제는 어릴 때부터 음악성을 인정받아 10대 후반에 ‘로마대상’이라는 훌륭한 상을 받았다. 부상으로 로마에 3년간 유학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비제는 파리를 떠나기 전 자신의 선생님이 당시 이탈리아 작곡계의 대가며 나폴리음악원 원장이던 메르카단테에게 보내는 소개장을 받아들었다. 소개장을 가지고 로마에 도착한 비제는 4주간의 휴가를 얻어 나폴리의 대가 선생님을 찾아뵙기로 했다. 나폴리에는 메르카단테 선생님이 계셨지만 젊은 비제에게는 만남만큼이나 가슴 뛰게 하는 것이 많이 있었다. 흥미로운 것과 재미있는 일들로 하루하루는 살같이 지났을 것이고 4주는 어느새 훌쩍 지났다. 문득 주머니 속 소개장을 보고 있자니 내용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한 나머지 소개장을 읽어보기로 했다. 내용은 이러했다. “친애하는 메르카단테, 당신에게 나의 제자 조르주 비제를 소개합니다. 그는 매력이 넘치는 젊은이로 지성적이고 호감 있고 붙임성도 좋은 청년입니다. 당신의 마음에 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당신의 칼라파로부터. 추신 또 비제에게는 음악적 재능이 전혀 없음을 밝혀 둡니다.” 세계적인 음악가도 때로는 일보다 노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나 보다.

딸아이의 ‘신도 가끔은 놀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흥미로웠다. 자신이 알기로는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는데 창조해 놓고 보니 참 좋았다고 했다는 것이다. 참 좋았다면 그것이 노는 것 아니었을까 하는 대답이었다. 비제도 음악을 작곡하고 오페라를 만드는 일이 어쩌면 카프리 섬을 구경하고 나폴리 아가씨들을 만나는 것처럼 신나고 즐거운 일은 아니었을까. 그렇게 노는 것은 참으로 멋지겠구나.

무더운 여름이 시작됐다. 휴가 계획을 세우며 들떴지만 휴가 시간이 즐겁지 않은 경험도 있다.논다는 일이 무엇이든지 신나고 즐거운 일들로 우리가 가진 시간을 아름답게 했으면 좋겠다. 그럼 그 시간들은 추억이 되고 기억이 되고 희망이 될 테니 말이다.

이경재 < 오페라연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