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이 되레 독…'중국 실리콘밸리' 선전, 스타트업 거품 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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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방문해 창업 독려하자
선전시, 6개월간 5조원 쏟아부어
1100만 도시에 지원센터만 450개
창업지원 시설은 임대업자로 전락
바이두 등 대기업이 생태계 장악
소규모 벤처는 투자 못받고 폐업
선전시, 6개월간 5조원 쏟아부어
1100만 도시에 지원센터만 450개
창업지원 시설은 임대업자로 전락
바이두 등 대기업이 생태계 장악
소규모 벤처는 투자 못받고 폐업
전기차업체 비야디(BYD), 드론업계 세계 1위 DJI, 세계 최대 통신장비회사 화웨이 등 쟁쟁한 정보기술(IT) 기업의 요람 노릇을 해 온 ‘중국의 실리콘밸리’ 선전에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버블에 대한 경고가 켜졌다.
중국 정부가 아낌없이 지원을 쏟아부으면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창업지원 시설)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입주할 스타트업은 그에 미치지 못해 인프라가 남아돌고 있다. 정부 주도로 업계에 막대한 자금이 몰려들면서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텅텅 빈 스타트업 지원 시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인구 1100만 명 규모인 선전에는 450개의 인큐베이터가 들어서 있다. 450개 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은 8500여 개다. 센터 한 곳당 19개꼴이다.
공간은 남아도는데 입주 업체를 찾지 못해 텅텅 빈 센터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새 인큐베이터는 계속 생겨나고 있다. 2020년까지 총 1000개의 인큐베이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실제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은 건 정부 독려 때문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대중의 창업, 만인의 혁신’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정부 차원에서 스타트업 붐을 조성하고 있다. 2018년 말까지 중국 17개 도시에 시범기지를 중점 설립하고 창업단지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을 실천하고 있다.
리 총리는 2015년 1월 선전의 소셜미디어업체 텐센트가 설립한 텐센트은행 등을 방문해 격려했다. 선전시의 창업 지원 규모(사회연구투자액)는 리 총리가 방문한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7.8% 증가한 305억1000만위안(약 5조1500억원)을 기록했다. 선전시는 공공 인큐베이터에 입주하는 회사에 첫해 임대료의 80% 이상, 둘째 해에 50% 이상, 셋째 해에 20% 이상을 주고 민간 인큐베이터에 입주하면 셋째 해까지 매달 700~1200위안(약 11만8000~20만3000원)을 보조하는 등 적극적인 창업 지원책을 쏟아냈다.
리 총리가 방문한 싼더블유(3W)카페, 갤럭시그룹, 화창그룹 등 민간 액셀러레이터도 관련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돈 몰리는데 성공 사례 적어
정부가 독려한다고 해서 금세 성과를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자동화기술업체 이펑이 운영하는 인큐베이터에는 20개 스타트업이 입주했지만 그 가운데 살아남은 회사는 한 곳뿐이다. 마이클 잰 부사장은 “책상도 있고 컴퓨터도 있지만 (센터가 있는) 3층에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했다.
선전에 초기부터 정착한 난샨윈구산업혁신센터 운영을 담당하는 장밍펀 국장은 “선전에 인큐베이터가 너무 많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다수의 센터가 창업보육이라는 목적에 맞게 마케팅이나 법률관계, 기술문제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기보다는 그저 임대업자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있는 로욜 창업자 빌 류는 “현재 창업지원 모델에는 거품이 끼어 있다”고 지적했다. 음식배달서비스 스타트업 쿨호보를 운영하는 로익 코베스는 “(민간 인큐베이터들이) 돈을 벌기는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입주할 스타트업이 충분히 존재하는지도 의문스럽다”고 했다. 에릭 장 3W 매니저는 “정부와 벤처캐피털 돈이 몰려 창업지원 관련 사업 모델이 길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대기업 위주 생태계
‘BAT’로 불리는 중국의 3대 IT 대기업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대규모 스타트업 투자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며 창업 생태계를 좌우하는 것도 인큐베이터를 운영하는 민간회사나 그곳에 입주하는 스타트업에 불리한 요소다.
잰 부사장은 “대형 IT 회사들이 자기들만의 인큐베이터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더 작은 회사들은 생존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스타트업 붐이 정부 방침 변화로 한순간에 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문제다.
닛케이 아시안리뷰는 “부동산 시장이나 증시에서 그렇듯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때 성급한 결정이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며 “중국 정부가 다음 투자처로 지정하는 분야가 있다면 자금이 급속히 그쪽으로 쏠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중국 정부가 아낌없이 지원을 쏟아부으면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창업지원 시설)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입주할 스타트업은 그에 미치지 못해 인프라가 남아돌고 있다. 정부 주도로 업계에 막대한 자금이 몰려들면서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텅텅 빈 스타트업 지원 시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인구 1100만 명 규모인 선전에는 450개의 인큐베이터가 들어서 있다. 450개 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은 8500여 개다. 센터 한 곳당 19개꼴이다.
공간은 남아도는데 입주 업체를 찾지 못해 텅텅 빈 센터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새 인큐베이터는 계속 생겨나고 있다. 2020년까지 총 1000개의 인큐베이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실제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은 건 정부 독려 때문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대중의 창업, 만인의 혁신’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정부 차원에서 스타트업 붐을 조성하고 있다. 2018년 말까지 중국 17개 도시에 시범기지를 중점 설립하고 창업단지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을 실천하고 있다.
리 총리는 2015년 1월 선전의 소셜미디어업체 텐센트가 설립한 텐센트은행 등을 방문해 격려했다. 선전시의 창업 지원 규모(사회연구투자액)는 리 총리가 방문한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7.8% 증가한 305억1000만위안(약 5조1500억원)을 기록했다. 선전시는 공공 인큐베이터에 입주하는 회사에 첫해 임대료의 80% 이상, 둘째 해에 50% 이상, 셋째 해에 20% 이상을 주고 민간 인큐베이터에 입주하면 셋째 해까지 매달 700~1200위안(약 11만8000~20만3000원)을 보조하는 등 적극적인 창업 지원책을 쏟아냈다.
리 총리가 방문한 싼더블유(3W)카페, 갤럭시그룹, 화창그룹 등 민간 액셀러레이터도 관련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돈 몰리는데 성공 사례 적어
정부가 독려한다고 해서 금세 성과를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자동화기술업체 이펑이 운영하는 인큐베이터에는 20개 스타트업이 입주했지만 그 가운데 살아남은 회사는 한 곳뿐이다. 마이클 잰 부사장은 “책상도 있고 컴퓨터도 있지만 (센터가 있는) 3층에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했다.
선전에 초기부터 정착한 난샨윈구산업혁신센터 운영을 담당하는 장밍펀 국장은 “선전에 인큐베이터가 너무 많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다수의 센터가 창업보육이라는 목적에 맞게 마케팅이나 법률관계, 기술문제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기보다는 그저 임대업자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있는 로욜 창업자 빌 류는 “현재 창업지원 모델에는 거품이 끼어 있다”고 지적했다. 음식배달서비스 스타트업 쿨호보를 운영하는 로익 코베스는 “(민간 인큐베이터들이) 돈을 벌기는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입주할 스타트업이 충분히 존재하는지도 의문스럽다”고 했다. 에릭 장 3W 매니저는 “정부와 벤처캐피털 돈이 몰려 창업지원 관련 사업 모델이 길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대기업 위주 생태계
‘BAT’로 불리는 중국의 3대 IT 대기업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대규모 스타트업 투자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며 창업 생태계를 좌우하는 것도 인큐베이터를 운영하는 민간회사나 그곳에 입주하는 스타트업에 불리한 요소다.
잰 부사장은 “대형 IT 회사들이 자기들만의 인큐베이터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더 작은 회사들은 생존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스타트업 붐이 정부 방침 변화로 한순간에 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문제다.
닛케이 아시안리뷰는 “부동산 시장이나 증시에서 그렇듯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때 성급한 결정이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며 “중국 정부가 다음 투자처로 지정하는 분야가 있다면 자금이 급속히 그쪽으로 쏠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