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의 문화살롱] 구글 천재, 행복의 비밀을 풀다
‘당신을 괴롭히는 생각은 어김없이 과거나 미래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과거는 당신 힘으로 바꿀 수 없고, 미래는 당신의 기대와 완전히 다른 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 과거나 미래를 잊고, 지금 행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편이 더 낫다. 현재만이 당신이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다.’

구글 비밀 연구조직인 구글X의 신규사업개발 총책임자 모 가댓의 《행복을 풀다(원제: Solve for Happy)》를 읽다가 199쪽에서 잠시 멈춘다. 맞아, 나도 그랬지. 이미 지나간 일인데, 고통스런 기억에 발목 잡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던가.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일 때문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던가.

'그때 그곳'보다 '지금 여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책장을 넘기다가 307쪽에서 또 한 번 멈춘다. ‘삶은 지금 여기(here and now)가 전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왜 대부분이 그때 그곳(there and then)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공학자의 관점으로 볼 때 인간의 초기 상태(디폴트 값)는 ‘행복’으로 설정돼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아무 걱정 없는 갓난아기의 표정을 떠올려 보라. 결국 스스로 만든 ‘심리적 강박’으로부터 벗어나 모든 것을 초기 상태로 되돌리고 애초의 행복 모드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도 한때 불안과 강박증에 시달렸다. 20대부터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잘나가는 기업에서 승승장구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초조해졌다. 두바이에서 일할 땐 엄청난 부자 친구와 비교하며 좌절감에 시달렸다. 늘 피곤에 찌든 생활도 지긋지긋했다.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이후 10년에 걸쳐 그는 불행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연구했고, 이를 ‘6-7-5 행복 방정식’으로 체계화했다. 요약하면 6가지 큰 환상(생각 자아 지식 시간 통제 두려움)을 깨뜨리고, 7가지 맹점(여과 추정 예측 기억 분류 감정 과장)을 바로잡으며, 5가지 궁극적인 진실(지금 변화 사랑 죽음 설계)을 움켜잡으라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내가 모든 일의 주인공’이라는 과잉 자아, 모든 일을 통제하려 드는 태도, 과거에 집착하는 버릇을 빨리 버리라고 그는 권한다. 자신도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 일의 진행 상황 전체를 일일이 통제하려다 뒤늦게야 깨달았다고 한다.

모든 걸 통제하려 들면 불행

그는 3년 전 대학생이던 아들을 어처구니없는 의료 과실로 잃었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통제하고 싶었던 ‘자식의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긴 것이다. 하지만 그는 ‘통제할 수 없는 게 대부분’이라는 현실의 삶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병원과 의사를 원망하지 않았고, 아들을 하필 그 병원에 데려간 자신을 자책하지도 않았다. 대신 삶을 객관적으로 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길을 찾았다. 그 결과 아들이 하늘에서 편히 지내기를 바랄 만큼 평온을 되찾았고 온가족이 함께했던 행복한 기억도 온전하게 간직할 수 있었다.

‘과거에 있었던 사건이 아니라 그 기억의 감옥에 갇히는 방식에서 벗어나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의 영역으로 옮아갈 수 있다.’ 그는 이 같은 행복의 알고리즘을 자신과 가족에게 적용하며 하나씩 점검했다. 1000만 명을 더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1000만 명 행복 프로젝트(#10millionhappy)’도 시작했다. 그 출발점이 이 책이다. 공학자다운 꼼꼼함에 인문학적 성찰까지 녹아 있다.

지난주 방한한 그는 국내 기업 강연에 이어 한국능률협회 조찬회(7일)와 OtvN의 ‘어쩌다 어른’ 특강쇼(8일)까지 마친 뒤 또 다른 나라로 ‘행복 전도사’의 길을 떠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