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플레밍 리사이틀, 관록의 '디바'…달콤한 음색에 객석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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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 깊은 바다 속에 그들이 내 아이를 던졌어…아, 나를 불쌍히 여기세요!” (오페라 ‘메피스토펠레’ 중 ‘어느 날 밤, 깊은 바다 속에’)
낮게 깔리던 음성이 어느덧 고음 부분에 다다르더니 절규하듯 극으로 치달았다. 둥글게 공명되며 울려퍼진 목소리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가득 메웠다. 애절한 연기까지 더해져 비극적 감성은 더욱 충만해졌다. 숨죽이며 듣던 관객은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지난 3일 내한 공연한 미국의 대표 프리마돈나 르네 플레밍(사진)은 청아하다기보다 풍부하고 달콤한 음색을 자랑하며 무대를 압도했다. ‘더블 크림(double cream)’이란 별명에 꼭 걸맞은 목소리였다. 다양한 표현력과 짙은 감성의 절정도 왜 그가 최정상 소프라노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15년 만에 펼쳐진 플레밍의 내한 공연에 2500석에 달하는 객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플레밍은 이날 오페라 아리아와 이탈리아 가곡, 독일 리트(예술가곡)는 물론 뮤지컬 넘버 등 다양한 레퍼토리 20곡을 선사했다. 경쾌하고 익살스러운 노래부터 묵직하고 서글픈 선율까지 여러 표정의 노래들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1부에선 오페라 ‘타이스’의 ‘연약한 우상, 타이스여’부터 시작해 포레의 ‘만돌린’ 생상스의 ‘저녁 바다’, 브람스의 ‘달밤’ 등을 선보였다. 1부는 지나치게 짧고 가벼운 곡들로만 이뤄져 깊이 있는 음악회라기보다 2부를 위한 애피타이저에 가까웠다. 2부는 ‘Somewhere Over the Rainbow’부터 오페라 ‘잔니 스키키’ 중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까지 대중적이면서도 풍부한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구성했다.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등 일부 곡에선 고음이 다소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뛰어난 표현력으로 이런 대목을 처리해가며 객석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자신의 ‘시그니처 아리아’인 오페라 ‘루살카’의 ‘달에게 부치는 노래’는 앙코르 곡으로 선보였다. 매끄러운 음 처리와 나이(58)를 잊게 만드는 성량으로 자신의 진가를 증명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관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도 돋보였다. “보고 싶었다. 다시 한국을 찾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는 인사를 건네며 무대 중간중간 설명을 덧붙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낮게 깔리던 음성이 어느덧 고음 부분에 다다르더니 절규하듯 극으로 치달았다. 둥글게 공명되며 울려퍼진 목소리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가득 메웠다. 애절한 연기까지 더해져 비극적 감성은 더욱 충만해졌다. 숨죽이며 듣던 관객은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지난 3일 내한 공연한 미국의 대표 프리마돈나 르네 플레밍(사진)은 청아하다기보다 풍부하고 달콤한 음색을 자랑하며 무대를 압도했다. ‘더블 크림(double cream)’이란 별명에 꼭 걸맞은 목소리였다. 다양한 표현력과 짙은 감성의 절정도 왜 그가 최정상 소프라노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15년 만에 펼쳐진 플레밍의 내한 공연에 2500석에 달하는 객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플레밍은 이날 오페라 아리아와 이탈리아 가곡, 독일 리트(예술가곡)는 물론 뮤지컬 넘버 등 다양한 레퍼토리 20곡을 선사했다. 경쾌하고 익살스러운 노래부터 묵직하고 서글픈 선율까지 여러 표정의 노래들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1부에선 오페라 ‘타이스’의 ‘연약한 우상, 타이스여’부터 시작해 포레의 ‘만돌린’ 생상스의 ‘저녁 바다’, 브람스의 ‘달밤’ 등을 선보였다. 1부는 지나치게 짧고 가벼운 곡들로만 이뤄져 깊이 있는 음악회라기보다 2부를 위한 애피타이저에 가까웠다. 2부는 ‘Somewhere Over the Rainbow’부터 오페라 ‘잔니 스키키’ 중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까지 대중적이면서도 풍부한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구성했다.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등 일부 곡에선 고음이 다소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뛰어난 표현력으로 이런 대목을 처리해가며 객석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자신의 ‘시그니처 아리아’인 오페라 ‘루살카’의 ‘달에게 부치는 노래’는 앙코르 곡으로 선보였다. 매끄러운 음 처리와 나이(58)를 잊게 만드는 성량으로 자신의 진가를 증명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관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도 돋보였다. “보고 싶었다. 다시 한국을 찾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는 인사를 건네며 무대 중간중간 설명을 덧붙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