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내걸자 벤츠로 맞불…유통가, 판 커지는 경품 전쟁
당첨자 제세공과금만 2500만원
경품 경쟁 과열 지적…효과 글쎄


유통업계가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경품 행사의 판을 키우고 있다. 백화점이 최고급 전기차 테슬라를 들고 나오면 홈쇼핑은 고급 세단 벤츠로 맞불을 놓는 식이다.

이는 업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집객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지만 일부에서는 소비자 환심을 사기 위해 경품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S홈쇼핑은 여름 비수기에 소비 심리를 살리고자 5000만원 상당의 메르세데스 벤츠(CLA 250)를 경품으로 내 건 행사를 진행한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침체된 소비 심리를 진작하기 위한 방편으로 경품 행사를 마련했다"며 "여름 세일과 경품 행사에 돌입한 백화점 업계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벤츠 경품 행사에 참여하려면 이달과 8월 두 달 동안 GS홈쇼핑에서 상품을 구매하거나 상담 예약을 하면 된다.

GS홈쇼핑에 앞서 지난 달 신세계백화점은 1억2000만원 상당의 테슬라 전기차를 앞세워 여름 경품 행사 포문을 열었다.

신세계가 경품으로 내 건 전기차는 최신형인 '모델S 90D'로, 테슬라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여오는 물량이다.

테슬라 모델 S는 신세계백화점이 최근 3~4년 사이 진행한 경품 행사 중에서 가장 고가 제품이기도 하다.

소셜커머스 위메프도 현대자동차의 최신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인 코나(1.6 가솔린 스마트)를 경품으로 내걸고 행사를 진행한다.

다음 달 1일까지 가장 많은 구매액을 기록한 구매왕 8명 중 1명을 선발해 1890만원 상당 코나를 증정하는 행사다.

유통업계가 잇따라 통 큰 경품 행사를 진행하는 건 경기 불황으로 소비 심리는 위축한 상황에서 업체 간 경쟁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가의 경품으로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아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오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실제 신세계백화점 '테슬라' 경품 행사는 약 3주 기간 동안 3만명 넘는 사람이 몰려 다른 행사에 비해 응모율이 높았다. 위메프 '코나' 행사에도 하루 만에 2만명이 응모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고가의 경품 행사가 백화점이나 홈쇼핑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데다 소비자에게 미치는 혜택도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경품 행사를 크게 한다고 해서 판매가 늘어나는 직접적인 효과는 없다"며 "일시적으로 소비자 관심을 끄는 정도인데 어차피 고가 경품은 1~2명의 당첨자를 위한 것이어서 대부분 소비자에게는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고가 경품일수록 그에 따른 세금 부담도 높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테슬라 경품 행사의 경우 당첨자가 내야 하는 제세공과금(22%)은 2500만원에 달한다. 벤츠와 코나 역시 각각 1000만원, 360만원 가량의 제세공과금을 당첨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렇다보니 1등에 당첨되고도 경품을 포기하는 사람이 있고, 경품을 받자마자 중고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 경우도 발생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당첨자가 경품을 수령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당첨) 후보군을 추가로 선정한다"며 "최초 당첨자가 경품을 포기하면 후보군 중에서 순서에 따라 다시 당첨자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