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이식은 합법, 다리는 불법?…규정 없으면 모두 막고 보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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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in Korea 시대 다시 열자
(2) 기업 숨통 죄는 포지티브 규제
4차 산업혁명 살아남으려면 기업의 '파괴적 혁신' 허용해야
한국 '거미줄 규제'로는 신산업·일자리도 못 만들어
"규제방식, 네거티브로 전환해야"
(2) 기업 숨통 죄는 포지티브 규제
4차 산업혁명 살아남으려면 기업의 '파괴적 혁신' 허용해야
한국 '거미줄 규제'로는 신산업·일자리도 못 만들어
"규제방식, 네거티브로 전환해야"
우상현 대구 W병원 병원장은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팔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의료진 30여 명이 10시간 이상 매달린 대수술이었다. 국내 장기이식 수술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팔 이식을 받은 환자는 사고로 왼팔 일부가 절단된 30대 남성이었다.
그런데 수술 후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딪혔다. 팔 이식 수술 자체가 법의 테두리 안에 있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현행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서 팔이나 다리는 장기로 적시돼 있지 않은 탓이다. 법에는 신장·간장·췌장·심장·폐·골수·안구 등 7개 장기와 소장을 이식하면서 함께 따라오는 위장·십이지장만을 이식 대상 장기로 정했다.
이 때문에 팔 이식을 받은 환자는 수술 후 평생 복용해야 하는 면역억제제 비용으로 매달 100만원이 넘는 돈을 내고 있다. 보험이 적용되면 월 10만~12만원가량이면 될 환자 부담이 10배로 늘어난 것이다. 법에 포함된 장기가 아니어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탓이다. “법령에 열거된 행위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의 폐해가 드러났다”(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적이 나온다.
국무조정실과 대한상공회의소가 함께 꾸린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하고 법안 개정의 필요성을 보건복지부에 제기했다. 복지부는 지난 4월 부랴부랴 법률 시행령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팔은 이식 대상에 포함되지만, 다리나 안면은 장기 이식 대상에 넣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시기상조라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다리나 안면 이식 수술이 성공하면 그때 다시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 조항에 없는 장기이식이라도 당장 처벌을 하는 건 아니다”며 “다리와 안면의 경우 관리 필요성 여부를 더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선 미국 등 10여 개국에서 이미 70여 건의 팔 이식 수술이 시행됐을 정도로 이를 허용하는 나라가 많다. 하지만 다리는 의족이 활성화돼 있어 팔 이식보다는 사례가 흔하지 않다. 안면 이식은 2005년 프랑스에서 첫 시도가 이뤄졌지만 아직 합법화 여부를 놓고 논란이 적지 않다.
국내 포지티브 규제(원칙 금지·예외 허용) 방식은 대부분 법안에 적용된다. 법안마다 가능한 일과 사업을 규정해놓고 여기에 포함되지 않으면 불법으로 간주한다. 그러다 보니 지금 같은 4차 산업혁명 태동기에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신사업을 개척하면 어김없이 불법 논란이 벌어진다.
2015년 5월 제너시스BBQ가 르노의 초소형 전기자동차 트위지를 배달용으로 들여왔지만, 자동차관리법에 열거된 자동차 종류에 탑승 인원이 1~2명인 초소형 전기차가 없어 1년 이상 주차장에 세워놔야 했던 것도 비슷한 사례다.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를 △승용차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 △이륜차 등 다섯 가지로만 분류하고 있다. 정부는 이 중 하나에 해당하지 않으면 자동차가 아닌 것으로 간주한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탑승 인원이 1~2명인 전기차 트위지가 승용차나 이륜차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자동차업계는 트위지의 바퀴가 네 개고, 운전대가 오토바이와 달리 원형이라는 점 등을 들어 승용차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해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관련 규정을 고쳐 승용차로 분류했다.
드론(무인항공기)도 국내에서는 포지티브 규제(항공법 등)에 따라 군사 목적이나 사진촬영 용도로만 활용범위를 제한하는 사례 중 하나다. 예컨대 드론 택배를 허용하기 위해선 국토부 국방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3개 부처가 항공법 시행규칙, 주파수 고시, 항공촬영지침 등 아홉 가지 규정을 바꿔야 한다.
중국은 반대로 특정 구역만 드론 비행을 제한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일본도 원격의료와 의약품 택배에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 포지티브(positive) 규제
법률·정책상으로 허용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뒤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는 방식의 규제를 말한다. 법률·정책상으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보다 규제 강도가 훨씬 세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그런데 수술 후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딪혔다. 팔 이식 수술 자체가 법의 테두리 안에 있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현행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서 팔이나 다리는 장기로 적시돼 있지 않은 탓이다. 법에는 신장·간장·췌장·심장·폐·골수·안구 등 7개 장기와 소장을 이식하면서 함께 따라오는 위장·십이지장만을 이식 대상 장기로 정했다.
이 때문에 팔 이식을 받은 환자는 수술 후 평생 복용해야 하는 면역억제제 비용으로 매달 100만원이 넘는 돈을 내고 있다. 보험이 적용되면 월 10만~12만원가량이면 될 환자 부담이 10배로 늘어난 것이다. 법에 포함된 장기가 아니어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탓이다. “법령에 열거된 행위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의 폐해가 드러났다”(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적이 나온다.
국무조정실과 대한상공회의소가 함께 꾸린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하고 법안 개정의 필요성을 보건복지부에 제기했다. 복지부는 지난 4월 부랴부랴 법률 시행령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팔은 이식 대상에 포함되지만, 다리나 안면은 장기 이식 대상에 넣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시기상조라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다리나 안면 이식 수술이 성공하면 그때 다시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 조항에 없는 장기이식이라도 당장 처벌을 하는 건 아니다”며 “다리와 안면의 경우 관리 필요성 여부를 더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선 미국 등 10여 개국에서 이미 70여 건의 팔 이식 수술이 시행됐을 정도로 이를 허용하는 나라가 많다. 하지만 다리는 의족이 활성화돼 있어 팔 이식보다는 사례가 흔하지 않다. 안면 이식은 2005년 프랑스에서 첫 시도가 이뤄졌지만 아직 합법화 여부를 놓고 논란이 적지 않다.
국내 포지티브 규제(원칙 금지·예외 허용) 방식은 대부분 법안에 적용된다. 법안마다 가능한 일과 사업을 규정해놓고 여기에 포함되지 않으면 불법으로 간주한다. 그러다 보니 지금 같은 4차 산업혁명 태동기에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신사업을 개척하면 어김없이 불법 논란이 벌어진다.
2015년 5월 제너시스BBQ가 르노의 초소형 전기자동차 트위지를 배달용으로 들여왔지만, 자동차관리법에 열거된 자동차 종류에 탑승 인원이 1~2명인 초소형 전기차가 없어 1년 이상 주차장에 세워놔야 했던 것도 비슷한 사례다.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를 △승용차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 △이륜차 등 다섯 가지로만 분류하고 있다. 정부는 이 중 하나에 해당하지 않으면 자동차가 아닌 것으로 간주한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탑승 인원이 1~2명인 전기차 트위지가 승용차나 이륜차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자동차업계는 트위지의 바퀴가 네 개고, 운전대가 오토바이와 달리 원형이라는 점 등을 들어 승용차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해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관련 규정을 고쳐 승용차로 분류했다.
드론(무인항공기)도 국내에서는 포지티브 규제(항공법 등)에 따라 군사 목적이나 사진촬영 용도로만 활용범위를 제한하는 사례 중 하나다. 예컨대 드론 택배를 허용하기 위해선 국토부 국방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3개 부처가 항공법 시행규칙, 주파수 고시, 항공촬영지침 등 아홉 가지 규정을 바꿔야 한다.
중국은 반대로 특정 구역만 드론 비행을 제한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일본도 원격의료와 의약품 택배에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 포지티브(positive) 규제
법률·정책상으로 허용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뒤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는 방식의 규제를 말한다. 법률·정책상으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보다 규제 강도가 훨씬 세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