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한 오렌지도 좋지만 시든, 시드는 오렌지도 그 나름의 맛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육체는 늙기 마련이고, 저물어가는 사랑 또한 그렇습니다. 그러나 삶이란 누군가 가버리고 나더라도, 또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될 때에도,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에도 남아 있는 법이어서, 어쩌면 그때부터 삶은 새롭게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입안에 시큼한 오렌지 향이 맴돕니다.

주민현 < 시인(2017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