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경기 수원시 이의동 광교테크노밸리 내 경기바이오센터. 공동 연구실에선 입주업체 연구원들이 물질 분석 등 연구에 한창이었다. 동국제약 켐온 바이오인프라 등 24개 제약·바이오업체가 입주한 이 센터는 14억원이 넘는 물질 분석 장비(NMR), 초고속 약효 탐색 장비 등을 저렴하게 빌려준다. 이 때문에 비어 있는 입주공간이 없는데도 바이오기업들의 입주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연구소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CJ그룹 통합연구소인 CJ블로썸파크와 유유제약 중앙연구소가 최근 문을 열었고 메디톡스도 연구소를 짓고 있다. 교통이 편리한 데다 판교에 비해 임차료가 낮고 연구개발(R&D) 인프라가 잘 갖춰져서다. 광교가 송도, 판교에 이은 바이오메카로 부각되는 배경이다.
작년 신규 창업 바이오벤처 440여 개

메디톡스는 이달 말 통합 연구소인 광교 R&D센터의 문을 열 예정이다. 충북 오송연구소를 이 곳으로 옮긴다. 유유제약은 6월 초 중앙연구소를 이곳으로 확장 이전했다. CJ헬스케어 연구소도 내년 광교에 있는 CJ블로썸파크에 입주할 계획이다. CJ그룹은 계열사별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바이오 관련 연구인력을 한데 모아 R&D 시너지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판교에 본사가 있는 일부 바이오기업들도 R&D 기지를 광교로 옮기고 있다. 분자진단업체인 랩지노믹스는 연구개발 조직 일부를 경기바이오센터로 옮겼다. 센터가 갖춘 첨단 장비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다. 정영훈 경기바이오센터 센터장은 “판교에 비해 광교는 아직 여유 부지가 많은 데다 아파트형 공장들도 생겨나면서 연구와 생산을 연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광교로 둥지를 옮기는 제약·바이오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판교보다 임차료 30% 저렴

지리적인 여건도 광교가 주목받는 이유다. 영동고속도로와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지난해 신분당선이 광교까지 연장되면서 서울 강남에서 광교까지 4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인재 유치에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박사급 등 고급 인재 수요가 많은 제약·바이오기업에는 서울과의 거리와 교통 여건 등이 중요한 요소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광교는 지하철로 서울을 오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인재 채용도 수월할 것 같아 광교에 연구소를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대 분당서울대병원 등 연구중심병원들이 인접해 있는 것도 장점이다. 경기바이오센터, 경기R&DB센터 등 R&D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것도 이점으로 꼽힌다. 제약·바이오업체들이 병원 대학 등과 공동연구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다. 경기바이오센터를 운영하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고가의 장비를 싸게 대여해주고 자체 개발한 물질을 이전해주기도 한다. 경기바이오센터에서는 60만 가지 질병을 시험할 수 있어 기존 한 달 걸리던 작업 시간을 하루로 단축할 수 있다. 광교 지역의 사무실 임차료가 판교에 비해 30%가량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경기도 바이오벨트 구축나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광교에 바이오스타트업 캠퍼스를 조성하기로 하고 경기도, 중앙정부 등과 협의 중이다. 광교테크노밸리 인근에 있는 1만6529㎡ 규모의 황우석 장기 바이오센터 부지에 바이오 스타트업 캠퍼스를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부지는 2004년 황우석센터 설립이 추진됐던 곳이지만 ‘황우석 사태’ 이후 관련 사업이 중단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광교테크노밸리를 판교 바이오캠퍼스와 연결해 바이오 벨트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