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서해에서 제2연평해전이 발발한 지 1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제2연평해전은 2002년 6월29일 오전 북한 경비정 2척이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우리 해군 고속정에 기습 공격을 하면서 시작됐다. 우리 장병들은 반격을 가해 북한 경비정을 물리쳤다. 우리 군은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했으며, 북한군은 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북한 경비정은 화염에 휩싸인 채 퇴각했다.

제2연평해전은 수적 열세 속에서도 우리 장병들이 목숨을 다해 적을 물리친 명백한 승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전사자들이 그에 합당한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일 월드컵 열기 속에서 발발한 제2연평해전은 애초부터 국가적으로 관심권 밖이었다. 영결식은 국가 주도가 아니라 해군장으로 간단히 치러졌다. 김대중 대통령은 영결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한 전사자의 부인이 “이런 나라에서 살기 싫다”며 이민을 떠나는 일마저 있었다.

어느 정도 명예회복이 이뤄진 것은 2015년이었다. 현직 국방부 장관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기념식에 참석해 제2연평해전을 ‘승전’으로 규정했다. 그나마 영화 ‘연평해전’이 흥행하면서 사회적 관심을 끈 결과였다. 여야는 제2연평해전 희생자를 순직자가 아니라 전사자로 격상하는 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군인연금법상 전사자 규정이 2004년 뒤늦게 신설되는 바람에 희생자들이 순직자로 남아 있었지만, 소급해 바로잡겠다고 했다. 그러나 말뿐, 희생자들은 여전히 ‘공무 중 사망’이라는 순직자로 남아 있다.

전사자로 처리되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유족들은 명예가 더 중요하다고 호소한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그들을 단순히 일을 하다 죽은 것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세월호를 기리는 리본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데,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리는 문화는 없다”는 한 유가족의 말이 가슴을 울린다. 여야는 어제 “전사자들에게 최고의 예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엔 말로 그치지 않고 행동에 나서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