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주요 증권사 주가는 대부분 30% 이상 올랐다. 코스피지수가 장기 박스권을 뚫고 사상 최고가 행진을 벌이면서 주식 중개 수수료 등 이익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한국 증시 특성상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도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다.

초대형 IB 통한 사업모델 확대

증권업 사업 모델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존 중개 수수료 중심의 사업 구조로는 버티기 어려워졌다. 갈수록 투자를 통해 차익을 내는 투자은행(IB)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초대형 IB 육성 방안을 발표하며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증권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엔 발행어음 업무를, 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에 종합금융투자 계좌업무를 허용했다.

차입을 통한 투자 기회도 확대됐다.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해졌다는 의미다. 일부 증권사는 이를 통해 최대 2%포인트 안팎의 마진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발행어음 업무의 실질 마진이 0.5~1.0% 수준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이 발행어음 운용을 엄격히 통제하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긴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중장기 관점에서 업무 영역의 확대는 대형 증권사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김태현 키움증권 책임연구원은 “초대형 IB의 시작과 함께 대형사 중심의 업계 구조 개편이 본격화할 전망”이라며 “완전 경쟁시장체제에서 점차 과점시장 형태로 바뀌어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소형 증권사는 특화 전략

초대형 IB의 등장으로 중소형 증권사의 사업 기회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형사의 마진이 줄어들고 건전성 지표가 하락하면 업무 범위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 특정 분야에서 차별화된 사업 능력을 보이는 증권사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특화증권사인 키움증권은 최근 중소형주 전문 기업공개(IPO) 주관사에 집중하고 있다. 신영증권도 가치투자와 배당투자 분야에서 오랜 운용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른 증권사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해외 진출과 대체투자, 사모펀드 등을 통한 차별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김 책임연구원은 “중소형사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잘 활용하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2분기 실적 기대 높아져

증권사들의 전반적인 실적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하반기부터 작년까지는 주가연계증권(ELS)의 위험회피(헤지) 실패로 적잖은 손실을 봤다. 하지만 올해엔 증시 활황으로 수수료 수익이 늘어난 데다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IB 부문 수익도 향상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있는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한국금융지주 등 5개사의 2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357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보다 40.89% 증가한 수치다. 이 증권사들의 지난해 순이익(8775억원) 40%가량을 한 분기에 벌어들이는 셈이다. 특히 미래에셋대우와 한국금융지주는 2분기 각각 899억원, 805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 거래량이 늘면서 증권사 수익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2분기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8조9000억원 수준으로 지난 1분기(7조5000억원)보다 20% 가까이 증가했다.

ELS 수익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올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상승으로 ELS 판매금액이 늘었다. 2015년 발행한 ELS 물량이 상환되기 시작하면서 증권사의 위험회피(헤지) 손실도 줄어들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