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 3개월 뒤 결론 낸다는데…
◆방폐장 공론화위 20개월 ‘허사’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는 출범 당시부터 삐걱거렸다. 2013년 10월30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출범식이 끝나자마자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과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이 위원직을 그만두겠다고 한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 위원장이었던 홍두승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는 28일 “공론화위는 사용후핵연료를 다루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환경단체 사람들은 탈(脫)핵 선언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며 “정부의 탈핵 선언이 전제되지 않아 위원회에서 빠지겠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15명의 위원으로 구성한 공론화위는 13명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며 나머지 시민단체 출신 한 명도 빠졌다. 환경단체는 자신들의 대표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론화위 해체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원전 지역 대표인 기초자치단체 의원들도 이들의 눈치를 보다 사퇴를 선언했다. 외부 압력이 거세지자 민감한 내용에 대한 토론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공론화위 활동 마지막날인 2015년 6월30일에는 위원 중 3분의 1이 빠져나간 9명만이 남아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을 어떤 기준으로 할지 등 핵심 내용은 빠졌다. 공론화위는 70억원의 예산을 썼지만 사실상 남은 게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고작 3개월 논의로 결정?
홍 교수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가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딱한 노릇”이라고 했다. 특히 건설 중단 여부를 시민배심원단을 통해 최종 결정하기로 한 정부 방침에 대해 “후대에 영향을 미칠 에너지 정책을 전문가 판단 없이 한다는 것은 후진적 조치”라고 말했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에 에너지 관련 전문가는 배제하기로 했다. 중립적 의사결정을 위해서란 이유다. 하지만 환경단체나 시민단체 인사를 배제할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이들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 때처럼 외부에서 ‘흔들기’를 계속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가 3개월 동안 운영된다는 것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 설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비전문적으로 하자는 게 아니라 국민의 뜻이 뭔지 정확히 알아야 하지 않느냐는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30년간 걸린 독일의 탈원전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의 롤모델로 독일을 내세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독일의 사례를 단선적으로 우리와 비교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1986년부터 논의를 시작해 무려 30년 가까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1998년 녹색당이 사민당과 연립정부를 세우면서 ‘원전을 점진적으로 폐쇄한다’는 합의문 문구를 넣으며 탈원전 논의가 본격화됐고, 2011년 탈원전을 선언했다.
이태훈/임도원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