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016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의 한 장면. IMDb 제공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016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의 한 장면. IMDb 제공
프랑스 여류 소설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대표작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열린책들)는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청년의 심장 이식 과정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24시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183㎝에 70㎏, 늘씬한 열아홉 살 청년 시몽 랭브르. 주인공인 그가 작품 속에서 온전히 살아 있는 유일한 순간은 새벽의 바닷가에서 친구들과 서핑하는 장면뿐이다. 그는 바닷가에서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는다.

누워 있는 시몽의 분홍빛 피부는 여전히 생기가 넘친다. 당장에라도 일어나 주변 사람에게 말을 걸 것 같다. 시몽은 몸은 살아 있지만 정신은 죽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다. 그러나 현대의학이 죽음을 선언하는 기준은 ‘심정지’에서 ‘뇌사’로 바뀌었다. 의사의 진단은 단호하다. “시몽은 사망했어요. 죽었습니다.” 아들의 죽음을 채 받아들이기도 전 시몽의 부모는 아들의 장기기증을 제안받는다.

시몽의 아버지 숀은 주먹으로 벽을 ‘쾅’하고 친다. “그러니까 개죽음은 아니다, 이건가요?” 누군가의 죽음이 다른 사람에게 생명을 부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을 그들도 알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숀은 가까스로 장기 기증을 결심한다. 의사 토마에게 다만 한 가지 청을 한다. “심장을 들어내기 전 시몽에게 우리가 있다고, 우리 모두 그 애를 생각한다고, 우리 모두의 사랑을 꼭 말해줘요.” 시몽이 사랑했던 바닷소리를 녹음한 음악 재생기를 의사에게 건넨다. 토마는 어떤 신성한 의식을 치르듯 부모의 부탁을 이행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죽은 이를 향한 애도와 남은 자를 위한 위로’를 강조한다. 장기 이식으로 다른 생명을 살리는 것만큼이나 죽은 이와 남겨진 이에게 합당한 위로를 건네는 것이 최소한의 윤리라고 얘기한다.

‘장기이식’이란 소재는 다른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많이 쓰였다. 이 소설이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작가의 글쓰기 방식 때문. 아들의 장기 기증을 제안받은 부모뿐 아니라 부모를 설득해야 하는 의사와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시몽의 첫사랑 쥘리에트 등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아주 자세하고 세밀하게 표현했다. 극적인 상황에서도 등장인물의 감정을 응집시켜 터뜨리는 대신 차분하고 냉철하게 서술하는 방법을 택했다. 독자들도 감정 과잉에 빠지는 대신 한 발 물러서 삶과 죽음을 성찰할 수 있다. 프랑스 문학상인 오랑주 뒤 리브르 상 등 전 세계 11개 문학상을 받았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