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로 시작된 5년5개월의 악몽에서 마침내 탈출했지만 그에게 남겨진 건 막대한 변호사 비용과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땅에 떨어진 명예뿐이다. 김은석 전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59·사진) 얘기다.

김 전 대사는 해외 광산 개발 호재로 주가를 띄운 ‘CN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지난 8일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 판결을 근거로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김 전 대사가 외교부를 상대로 낸 ‘직위해제 취소소송’에서 김 전 대사가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CNK 주가조작 사건은 CNK인터내셔널이 2010년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취득하자 외교부가 광산 개발권에 관해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내 보름여 만에 이 회사 주가를 다섯 배 넘게 치솟게 한 사건이다. 김 전 대사는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무리한 기소로 인해 큰 고통을 겪었고 결국 무죄가 확정됐지만 검찰은 사과는커녕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검찰은 2013년 2월19일 김 전 대사를 허위 보도자료를 낸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기소했다. 수사 개시 1년 만에 이뤄진 기소였다. 당시 수사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조세조사 3부(부장검사 윤희식)가 맡았다.

수사 과정에서 김 전 대사는 부당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조서 검토 후 ‘아니오’라고 대답한 부분을 ‘예’라고 적어놓은 부분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자 당시 부부장검사였던 한웅재 검사(현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는 “왜 마음대로 피의자가 조서를 바꾸게 하냐”며 큰소리를 질렀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고통받는 고위공직자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은 2015년 방산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는 얼마 전 한 TV 교양 프로그램에서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