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26일 오후 2시3분

실적 악화에 신음 중인 면세점 사업자들이 연쇄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내몰렸다. 사업자 증가로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타격이 만만찮다는 평가다.
[마켓인사이트] '실적 악화' 신음하는 면세점업계…연쇄 신용등급 강등 '경고등'
◆대형 면세점 업체, ‘부정적’ 꼬리표

국내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2일과 23일 차례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신용등급(A-)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향후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 높다는 의미다.

수익성 악화가 신용도를 흔들고 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해 123억원, 올 1분기 4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면세사업에 뛰어든 2014년 이후 이익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호텔신라와 호텔롯데의 신용도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 신용평가사 세 곳은 최근 한 달간 차례로 호텔신라 신용등급(AA)에 ‘부정적’ 전망을 붙였다. 이달 들어선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호텔롯데(AA+)에 ‘부정적’ 꼬리표를 달았다. 호텔롯데는 올 1분기 영업이익(48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95.8%, 호텔신라(100억원)는 48.2% 줄었다.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면세점 업체들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2014년 말 6곳이던 서울 시내면세점은 현재 10곳으로 증가했다. 업체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영업비용을 늘리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22개 시내면세점 사업자의 평균 매출 대비 송객수수료(관광객 유치를 위해 현지여행사 등에 지급하는 수수료) 비율은 2013년 7.3%에서 지난해 10.9%로 뛰었다. 올 들어선 20%대 초반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면세점 업체의 이익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적자 허덕이는 중소형 업체

중소업체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SM면세점은 올 1분기 8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4년부터 매년 적자를 쌓으며 모회사인 하나투어에 부담을 안기고 있다. 하나투어는 지난 4월부터 매장 규모 축소와 재고자산 정리 등 면세점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동화면세점도 지난해 12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대형 유통업체 신세계조차 면세점 개장 후 1년 넘게 적자가 이어질 만큼 녹록지 않은 영업환경이란 평가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중국과 대화를 시도하며 ‘사드 리스크’ 해소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간 내 상황이 개선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외국인 매출이 전년 대비 20~30% 감소할 경우 지난해 12조3000억원이던 국내 면세점시장 규모가 10조~11조원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 연말에는 신세계 센트럴시티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탑시티 신촌점이 개장해 시내면세점은 13곳으로 늘어난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사드 배치 이후 급감한 중국인 관광객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와도 면세점 업체들의 ‘치킨게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