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신규 채용 인력의 30% 이상을 지역 인재로 뽑아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홀대받는 지역 인재에게 기회를 주자는 취지는 좋지만 공공기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방향이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전남 나주혁신도시 본사에서 일하는 임직원이 1531명으로 전체 인력(2만1930명)의 7%에 불과하다. 나머지 93%는 전국 각지에 흩어진 255개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본사가 나주에 있을 뿐 한전은 각 사업장을 중심으로 전국에 걸쳐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공기업이다.

문 대통령 지시대로라면 한전은 매년 신규 채용 인원의 30%(지난해 기준 1412명 중 424명)를 나주가 속한 전남과 광주광역시 출신 인재로 뽑아야 한다. 현행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혁신도시특별법’에 따르면 ‘지역 인재’는 공기업 본사가 있는 지역의 대학 졸업자(대졸 채용 기준)로 돼 있다.

한 공공기관장은 23일 “단지 본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지역 학교 졸업자를 30% 이상 의무 채용하라는 건 난센스”라며 “대부분 공기업은 본사 근무 인력 비율이 30% 미만”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전국 혁신도시 등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직원 수 2000명 이상) 22곳을 분석한 결과 본사 근무 인력이 전체 직원의 30%에 못 미치는 공공기관이 18곳에 달했다. 이 중 6곳은 본사 인원 비중이 10% 미만이었다.

다른 공공기관장은 “본사가 있는 지역 인재로 30%를 채운다는 것은 사업장을 둔 다른 지역 인재에 대한 명백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며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인재 할당 비율을 늘린다면 그나마 형평성에 맞을 것”이라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