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한국을 떠나려 했던 자동차 부품사 회장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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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되면 인건비 151억 늘어
임금인상분 더하면 5년 후 문 닫을 수도
장창민 산업부 차장 cmjang@hankyung.com
임금인상분 더하면 5년 후 문 닫을 수도
장창민 산업부 차장 cmjang@hankyung.com
“본사를 해외로 옮겨볼까 생각해봤는데, 녹록지 않더라고요….”
의외였다. 잘나가는 자동차부품 회사의 오너 회장 입에서 나온 말이어서 그랬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도 의아했다. 그는 얼마 전 국내 최대 법무법인인 김앤장 문까지 두드렸다고 한다. 한국에 있는 회사를 해외로 옮기는 방안을 자세히 따져보기 위해서였다. 그게 안 되면 국내 사업장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해외에 세운 회사만 운영하며 살 작정이었다.
얼마 후 이런 생각은 ‘없던 일’이 됐다. 우선 회사를 해외로 옮기는 절차가 너무 복잡했다고 한다. 세금 등 각종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컸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40년 넘게 일궈온 회사를 접고 떠난다는 게 내내 부담이 됐다. 자식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려던 생각도 일단 접었다. 당장 회사 주식을 물려주면 절반을 상속세로 내야 해서다. 그럴 돈이 없었다.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오너 기업인이 평생 일군 회사를 해외로 옮길 생각까지 한 사연은 이렇다. 새 정부가 각종 노동 관련 정책을 추진하면서 회사에 어떤 영향이 미칠까 고민했다고 한다.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근로시간 단축(주당 최대 68시간→52시간) 등이 이뤄질 경우를 가정해 계산기를 두드려 본 것이다.
그가 키운 회사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유럽 등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국내외 임직원만 2000여 명에 달한다. 연간 매출은 8000억원이며 2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낸다. 자동차부품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알짜 업체다. 이 회사 직원의 현재 기본급 기준 평균 시급은 7000원 정도다. 상여금과 각종 성과급 등을 합친 통합 임금 기준으로 따지면 시급이 1만7600원에 달한다. 3년 내 최저임금을 1만원(기본급 기준)으로 올리면 통합 임금 기준 시급은 2만6000원대로 뛴다고 했다. 한 해 직원 임금만 151억원씩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 회사는 노사 협상을 통해 매년 5~7%씩 임금을 올려왔다. 결국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린 뒤 3~5년 정도 지나면 임금 인상분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영업이익 대부분을 까먹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익을 낼 수 없는 회사가 된다는 얘기다.
물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해 수백억원씩 들이던 연구개발(R&D) 비용을 줄이면 생존이 가능하다. 다만 이 역시 오래 버틸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5년 뒤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이유다. 이후 술만 늘었다고 한다.
이 기업인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일 경우엔 회사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아직 구체적으로 따져보지 않았다. 안 그래도 고급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처지인데, 기존 근로자에 대한 임금을 보전하고 추가 인력 보충까지 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팠다고 한다.
고령의 중견기업 회장은 최근 생각을 다시 정리했다. 어차피 한국 사람인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여기서 버티는 게 맞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위로도 보탰다. 회사를 키워온 40년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좌충우돌(左衝右突)’해왔지만, 여기까지 온 것처럼 어떻게든 회사가 굴러갈 것이라고 되뇌었다. 두 시간 동안 그의 얘기를 들은 뒤 자리를 떴다. 그의 씁쓸한 마지막 말이 아직도 귓전에 맴돈다. “그래도 5년은 버틸 수 있겠죠….”
장창민 산업부 차장 cmjang@hankyung.com
의외였다. 잘나가는 자동차부품 회사의 오너 회장 입에서 나온 말이어서 그랬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도 의아했다. 그는 얼마 전 국내 최대 법무법인인 김앤장 문까지 두드렸다고 한다. 한국에 있는 회사를 해외로 옮기는 방안을 자세히 따져보기 위해서였다. 그게 안 되면 국내 사업장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해외에 세운 회사만 운영하며 살 작정이었다.
얼마 후 이런 생각은 ‘없던 일’이 됐다. 우선 회사를 해외로 옮기는 절차가 너무 복잡했다고 한다. 세금 등 각종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컸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40년 넘게 일궈온 회사를 접고 떠난다는 게 내내 부담이 됐다. 자식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려던 생각도 일단 접었다. 당장 회사 주식을 물려주면 절반을 상속세로 내야 해서다. 그럴 돈이 없었다.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오너 기업인이 평생 일군 회사를 해외로 옮길 생각까지 한 사연은 이렇다. 새 정부가 각종 노동 관련 정책을 추진하면서 회사에 어떤 영향이 미칠까 고민했다고 한다.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근로시간 단축(주당 최대 68시간→52시간) 등이 이뤄질 경우를 가정해 계산기를 두드려 본 것이다.
그가 키운 회사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유럽 등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국내외 임직원만 2000여 명에 달한다. 연간 매출은 8000억원이며 2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낸다. 자동차부품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알짜 업체다. 이 회사 직원의 현재 기본급 기준 평균 시급은 7000원 정도다. 상여금과 각종 성과급 등을 합친 통합 임금 기준으로 따지면 시급이 1만7600원에 달한다. 3년 내 최저임금을 1만원(기본급 기준)으로 올리면 통합 임금 기준 시급은 2만6000원대로 뛴다고 했다. 한 해 직원 임금만 151억원씩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 회사는 노사 협상을 통해 매년 5~7%씩 임금을 올려왔다. 결국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린 뒤 3~5년 정도 지나면 임금 인상분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영업이익 대부분을 까먹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익을 낼 수 없는 회사가 된다는 얘기다.
물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해 수백억원씩 들이던 연구개발(R&D) 비용을 줄이면 생존이 가능하다. 다만 이 역시 오래 버틸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5년 뒤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이유다. 이후 술만 늘었다고 한다.
이 기업인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일 경우엔 회사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아직 구체적으로 따져보지 않았다. 안 그래도 고급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처지인데, 기존 근로자에 대한 임금을 보전하고 추가 인력 보충까지 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팠다고 한다.
고령의 중견기업 회장은 최근 생각을 다시 정리했다. 어차피 한국 사람인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여기서 버티는 게 맞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위로도 보탰다. 회사를 키워온 40년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좌충우돌(左衝右突)’해왔지만, 여기까지 온 것처럼 어떻게든 회사가 굴러갈 것이라고 되뇌었다. 두 시간 동안 그의 얘기를 들은 뒤 자리를 떴다. 그의 씁쓸한 마지막 말이 아직도 귓전에 맴돈다. “그래도 5년은 버틸 수 있겠죠….”
장창민 산업부 차장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