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가 잇따라 동유럽에 공장을 짓고 실적 개선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우선 입지 조건이 우수하다. 인근 유럽지역에 폭스바겐 BMW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공장이 몰려 있다. 다른 유럽지역보다 임금 수준도 낮다. 중국과 같은 무역장벽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활로를 모색하기에 최적지라는 판단이다.
◆매출 늘어도 적자 여전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작년에 이어 올 들어서도 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사업이 포함된 전지부문은 올해 1분기 100억원대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 회사 전지부문은 지난해에도 3조561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지만 5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작년 3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낸 삼성SDI 중대형 전지부문은 올 1분기에도 900억원대 적자를 이어갔다.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적자폭이 커진 것은 연구개발(R&D) 비용 확대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번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3세대 배터리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개발비가 대폭 증가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6151억원을 투자해 충남 서산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중국의 보조금 규제가 계속되는 점도 압박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이달 초 발표한 ‘신에너지 자동차 추천목록’에 LG화학과 삼성SDI 등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빠졌다. 330만~730만원에 달하는 정부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한국산 배터리는 사실상 판매가 중단될 수밖에 없다. LG화학(난징)과 삼성SDI(시안)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한국으로 역수출하거나 유럽으로 수출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업체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것도 부담이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과 함께 미국 네바다주에 ‘기가팩토리’라는 배터리공장을 건설하고 올초 가동을 시작했다. 기가팩토리는 전기차 50만 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테슬라 전기차는 물론 다른 완성차업체 전기차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동유럽서 시장 개척 발판 마련

국내 전기차 배터리업체들은 동유럽에 공장을 짓고 돌파구를 찾고 있다. 폭스바겐과 BMW, 벤츠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공장과 가깝고 인건비도 유럽보다 저렴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동유럽엔 현대차(체코)와 기아차(슬로바키아), 한국타이어(헝가리), 넥센타이어(체코) 등 국내 완성차와 타이어 업체도 대거 진출해 있다.

삼성SDI는 지난달 말 헝가리 괴드시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준공했다. 5만 대 분량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라인을 갖췄다. 품질 테스트 등을 거쳐 내년 2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LG화학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4000억원을 투자해 내년 하반기 생산을 목표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10만 대 이상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유럽 최대 공장이다. SK이노베이션도 연말까지 동유럽 국가 중 한 곳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하고 부지 검토작업을 하고 있다. 국내 3사 모두 동유럽에 생산라인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관건은 가격경쟁력 확보다. 배터리 업체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킬로와트시(㎾h)당 150~200달러 수준인 배터리 가격을 100달러 수준까지 내릴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리튬과 코발트 등 원자재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만큼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인건비 절감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