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유기농 체인' 홀푸드 137억달러에 인수
전자상거래 분야 최강자 아마존이 유기농 식품 슈퍼마켓 체인 홀푸드마켓(사진)을 인수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업 간 시너지를 내는 것은 물론 취약했던 식료품 유통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번 인수 거래로 미국 최대 슈퍼체인인 월마트와의 유통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역대 최대 규모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16일(현지시간) 홀푸드를 137억달러 현금으로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아마존 인수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홀푸드의 14일 종가에 27% 프리미엄을 붙여 주당 42달러에 인수한다. 지금까지 아마존의 최대 인수 협상은 2014년 비디오 게임 서비스인 트위치인터랙티브를 9억7000만달러에 산 것이다. 아마존은 지난 3월 말 현재 약 215억달러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은 홀푸드를 별도의 사업부문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수거래는 올해 하반기 마무리될 예정이다. 홀푸드 공동 창업자인 존 매키 최고경영책임자(CEO)는 그대로 남아 회사를 이끈다. 본사도 텍사스주 오스틴에 남는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는 “홀푸드는 최고의 유기농 식료품을 제공하고 건강하게 먹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며 “이런 점 때문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홀푸드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미국 소매시장에서 홀푸드는 애플스토어와 함께 대표적인 ‘앵커스토어(쇼핑몰의 간판 상점)’로 꼽힌다. 전자상거래가 소매시장을 장악하면서 앵커스토어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직접 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어 쇼핑몰로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사모펀드(PEF) 등이 쇼핑몰을 인수할 때도 홀푸드와 애플스토어가 입점해 있는지를 주요 투자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승자독식 이미지 완화

언뜻 보기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회사의 인수 거래가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미치는 충격파가 크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특히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와의 경쟁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아마존은 최근 오프라인 서점을 확장한 데 이어 식료품 유통시장까지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아마존은 올 들어 식료품 배달서비스인 아마존프레시를 시작했다. 북미권 431개 홀푸드 매장과 연계한 배달서비스로 시장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은 홀푸드 인수를 통해 ‘승자독식’ 이미지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아마존은 전자상거래시장 공룡으로 불리며 소매업 시장을 잠식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로 아마존의 관심이 전통적인 오프라인체인 사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패처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은 사람들이 직접 방문할 수 있는 식료품 가게의 이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며 “이제 5분 거리에서 어떤 물건이든 배달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