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전교조와 국정위의 부적절한 만남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곳으론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사무실엔 각계 인사들이 찾아와 정책제언을 쏟아낸다. 국정기획위 스스로 “5000만 민원을 듣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일까. 지난 12일엔 법외노조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까지 만났다.

면담은 전교조 측의 요청으로 성사됐고, 철저히 비공개로 이뤄졌다. 국정기획위는 면담 일정조차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도 알 수 없다. 교육계에선 “법외노조로 돼 있는 전교조의 법적 지위에 관한 얘기가 오갔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전교조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해고 위기에 있는 전교조 전임자 문제 등도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일제고사를 즉각 폐지하라는 요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면담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전교조의 법적 지위에 관한 논란은 ‘태풍의 눈’이다. 교원노조법상 노동조합이 맞는지를 놓고 전교조와 고용노동부가 법정 싸움을 하고 있다. 고등법원까진 ‘불법’으로 판결했고, 대법원의 최종심을 앞두고 있다. 전교조 전임자 징계 문제도 논란거리다. 법상 노조가 아니므로 전임 활동을 위해 무단결근한 교사들을 해고해야 한다는 게 교육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강원·서울·경남 등 3개 교육청은 7월1일 또는 9월1일자로 복귀시키겠다며 맞서고 있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다지만 국정기획위와 전교조의 만남은 썩 개운치 않다. 그러잖아도 국정기획위의 교육 분야 자문위원들은 소위 ‘진보 교육감’이나 전교조 등과 ‘초록은 동색’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대법 판결을 기다리는 시점인 것도 문제다. 대법원이 법외노조 판결을 유지한다면 국정기획위는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기조차 거부하는 임의단체와 국정을 논의한 꼴이 된다. 만약 하급심 판결을 뒤집어 전교조를 합법화한다면 국정기획위가 사법부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구설에 휘말릴 수도 있다. 이래저래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동휘 지식사회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