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사업 경험 제로' 세 청년, 숙박업 역사 새로 쓰다
창업 10년 만에 기업가치 300억달러 돌파, 191개국에서 300만 개 숙소와 1억6000만 고객 연결. ‘빈방 공유’라는 아이디어 하나로 단숨에 세계 최대 숙박업체로 성장한 에어비앤비의 현재 모습이다.

방세를 낼 돈조차 없던 가난한 세 청년의 성공 스토리는 실리콘밸리를 넘어 다른 나라에까지 잘 알려져 있다. 미국 경제지 포천 부편집장인 레이 갤러거는 《에어비앤비 스토리》에서 에어비앤비 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 조 게비아, 네이선 블레차르지크가 수많은 난관을 뚫고 25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기업의 경영자로서 자리잡아가는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에어비앤비 이전까지 한 번도 사업을 해본 적 없던 이들은 바퀴벌레 같은 강인한 생존력으로 ‘산업 파괴자’로 성장했다.

매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디자인 콘퍼런스 기간엔 사람이 몰려들어 호텔이 부족했다. 2007년 10월 체스키와 게비아는 자신들의 월세를 충당할 겸 살고 있던 아파트의 일부 공간을 돈을 받고 빌려주자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이들은 웹사이트 홍보로 확보한 손님들에게 아침식사를 차려주고 시내 관광도 시켜줬다. 1주일 만에 1000달러를 번 두 사람은 엔지니어인 블레차르지크를 합류시켜 본격적인 웹사이트 구축에 나섰다.

온라인으로 단기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존재했다. 홈어웨이, VRBO, 카우치서핑, 베드앤드브렉퍼스트 등 집이나 공간을 대여하는 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중고거래·생활정보 사이트인 크레이그리스트엔 항상 빈방 단기임대 광고가 올라왔다.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은 사업 초창기부터 웹사이트와 사용자 경험에 관해서는 자신들만의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우선 24시간 내내 문제없이 잘 돌아가야 했고,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하기 쉬워야 했으며, 숙소 리스트는 무조건 멋지게 보여야 했다. 예약할 때 세 번의 클릭만으로 완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호기롭게 웹사이트를 열었지만 처음엔 빚만 떠안고 아무도 접속하지 않는 냉담한 현실에 직면했다. 체스키와 게비아는 집들을 일일이 방문하며 방을 빌려주는 호스트가 돼달라고 권했다. 뉴욕까지 날아가 몇 안 되는 사용자에게 시간을 쏟아부었다. 숙소가 멋지게 보이도록 전문 사진사가 무료로 사진을 찍어주는 서비스도 제공했다.

웹사이트 론칭을 거듭하며 서비스를 개선하자 호스트와 게스트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치열함에 반한 벤처캐피털회사 세쿼이아는 58만5000달러의 첫 투자를 결정했다. 2009년 8월, 1주일에 1000달러이던 매출은 1만달러가 됐다.

에어비앤비는 누구나 바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믿음 속에서 성장한 밀레니얼 세대와 그들 사이에서 확산된 소셜미디어 덕분에 빠른 시간에 소비자와 친밀감을 형성했다. 단순한 숙박 서비스에서 벗어나 호스트를 중심으로 한 ‘체험 서비스’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진정한 에어비앤비 스토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