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중3, 고2 학생들을 대상으로 같은 날 일제히 시험을 치르는 ‘일제고사’가 올해부터 즉각 폐지된다.

교육부는 14일 ‘2017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표집(標集)방식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전체 학생의 3% 수준에 맞춰 표집학교를 선정하고, 이들 학교 학생 2만8646명이 치른 시험 결과만 자료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달 20일로 예정된 올해 시험의 시행 여부는 각 시·도교육청 재량에 맡기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험을 치르더라도 결과는 공개되지 않으며 표집학교 소속이 아닌 학생들의 성적은 학력진단 등의 자료로도 활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07년까지만 해도 표집방식이던 학업성취도평가는 이듬해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전국 학생들이 치르는 전수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일제고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날 결정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교육부에 건의하고, 교육부가 이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일선 학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손영정 중대부고 교사는 “학업성취도평가가 취지와 달리 학교 간에 과도하게 경쟁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표집평가로는 개인별 학력(學力)을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다”며 “1 대 1 맞춤형 교육을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 학업성취도평가

전국의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동시에 치르는 시험을 말한다. 일명 ‘일제고사’로 불린다. 학생들의 학업 수준을 진단하기 위해 1986년 도입됐다.

박동휘/김봉구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