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가치주 투자자’로 잘 알려진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사진)이 올 들어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반도체 랠리’ 이후에도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강 회장은 성장가능성이 크지만 주가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기업을 장기투자해 차익을 얻는 투자전략을 고수해온 펀드매니저다. 강 회장 외에도 삼성전자를 처분하는 펀드매니저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삼성전자를 추가로 사들이는 측과의 수익률 대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0만~190만원대에 모두 매각

1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4월3일 기준으로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에 삼성전자는 단 한 주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0월1일 이 펀드의 삼성전자 비중은 7.35%였고 평소에도 10% 안팎을 유지했다. 이 펀드는 삼성전자 주가가 180만~190만원대에서 지분을 모두 판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해왔던 강 회장이 갑자기 지분을 판 이유는 뭘까. 우선 최근의 대세 상승장에서 더 좋은 종목을 발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그는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으로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폭은 20%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본다”며 “여기에 인텔과 중국 기업 등 경쟁 기업의 등장으로 주가가 부침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2013년 스마트폰 부문 실적이 정점을 찍고 난 뒤 주가가 떨어졌던 것처럼 반도체 부문 실적이 내년 상반기 이후 하락세를 타면서 주가가 보합세에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대신 우선주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는 CJ우선주와 LG화학우선주 등을 사들였다. 배당을 늘리는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서 우선주의 디스카운트 요인이 사라졌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삼성전자를 처분하는 펀드는 더 있다. 대형 성장주 투자로 유명한 ‘한국투자네비게이터’ 펀드도 이 가운데 하나다. 작년 10월1일 22.32%였던 삼성전자 비중은 4월3일 18.41%로 3.91%포인트 낮아졌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민상균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팀장은 “반도체 부문 호황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며 “지난달 5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인수합병(M&A)이나 투자 등에 썼다면 기업 경쟁력과 주가가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 팀장은 삼성전자를 팔아 현대차 비중을 늘렸다. 러시아와 인도 등 신흥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이들 국가의 판매 비중이 높은 현대차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이 밖에 가치투자 펀드인 ‘트러스톤밸류웨이’와 ‘신영마라톤’ 펀드도 삼성전자 비중을 6개월 전보다 각각 3.62%포인트와 1.75%포인트 낮췄다.

◆더 사자는 펀드매니저도 많아

삼성전자에 대한 비관론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펀드매니저들도 적지 않다. ‘KTB마켓스타’와 ‘신한BNPP좋은아침희망’ ‘마이다스신성장기업포커스’ ‘미래에셋소비성장’ 등은 지난해 10월1일보다 삼성전자 비중을 7%포인트 이상(4월3일 기준) 늘렸다.

이준혁 한화자산운용 밸류운용팀장은 “국내에서 4차 산업혁명의 수혜를 받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가 거의 유일하다”며 “빅데이터 사용이 늘어나면서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늘 텐데 이 부분이 주가에 많이 반영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부문 실적이 정점을 찍었다는 의견에 대한 반론도 제기된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팀장은 “연초에도 고점 논란이 있었지만 주가는 한 단계 더 올랐다”며 “실적이 뒷받침되면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