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혁 없이 인위적 경기부양에만 의존하다간 5년 내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보호주의에 대응해 한국은 신흥국 간 다자무역협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서울대 경제학부가 12일 관악캠퍼스에서 연 ‘제1회 서울대 경제정책 포럼’ 참석자들은 경제 현안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에선 김세직·김소영·박지형 서울대 교수가 각각 거시경제, 국제금융, 국제무역 분야에 대한 기조강연을 한 뒤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일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 등과 토론했다.

김세직 교수는 “장기 경제성장률이 5년에 1%포인트씩 떨어지는 하락 추세가 20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 경제의 현 상황을 ‘성장 위기’로 규정했다. 이어 “구조개혁이 없다면 차기 대통령 임기 초반 우리 경제는 ‘제로(0) 성장 국면’에 돌입하거나 최악의 경우 금융위기가 발발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환율조작국 지정 압박 등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강화 움직임에 대한 대응 방안도 나왔다. 김소영 교수는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환율 하락(원화강세)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종전의 ‘(달러) 매수 개입’ 대신 대외투자 활성화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외환보유액을 쌓는 것보다 통화스와프 같은 글로벌 금융안전망으로 대체하는 정책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형 교수는 “한국이 새로운 다자 간 무역협정인 ‘서울라운드(가칭)’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해 주요 20개국(G20)에 포함된 신흥국 아홉 곳끼리 다자무역협정을 맺으면 4000억달러에 달하는 수요가 새롭게 창출될 것”이라며 “이는 미국·유럽연합 간 관세 인하 효과(1000억달러)의 4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